용사인데 입만 살았습니다
25화

등이 아팠다.


갑옷을 입은 사람을 업고 산길을 걷는 것은 상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리나가 가벼운 편이라고는 해도, 갑옷과 검의 무게가 더해지면 사람 하나의 무게가 아니었다. 한 시간쯤 걸었을 때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보험 영업 시절에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진 하체가 아니었으면 반 시간도 못 버텼을 것이다.


말이 옆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말에 태우면 편하겠지만, 갈비가 부러진 사람을 말에 태우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걸을 때의 흔들림과 말의 흔들림은 차원이 다르다. 부러진 뼈가 장기를 찌를 수도 있다.


리나의 숨소리가 등 뒤에서 규칙적으로 들렸다. 가끔 숨이 짧아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잠든 것인지 기절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됐지만, 숨소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연기 냄새를 따라갔다. 아까 리나가 우회하자고 했던 방향, 도로 쪽이었다. 지금은 우회할 여유가 없었다. 마왕군이든 산적이든, 사람이 있는 곳에 가야 했다.


숲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밭이 보였다. 작은 밭이었고, 감자와 무 같은 것이 자라고 있었다. 밭 너머에 집이 세 채 있었다. 마을이라기보다는 농가에 가까웠다.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벨카의 야영이 아니라 이 농가였다.


마을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등의 리나가 무거웠다.


"저기요."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나왔다.


집 안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중년 여자가 나왔다. 손에 부엌칼을 들고 있었다. 경계하고 있었다.


"호위검객입니다. 동행이 다쳤습니다. 쉴 곳이 필요합니다."


여자가 리나를 보고, 나를 보고, 말을 보았다. 말 옆에 걸린 겔투스 가방이 상인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통행증을 꺼내 보여줬다. 로하르의 인장이 찍힌 통행증. 마왕군 영역에서는 이것이 신분증이었다.


"혼자 사십니까?"


집이 세 채인데 사람이 한 명이었다. 확인해야 했다.


"남편이 약초를 캐러 갔소. 내일 돌아올 거요."


이 외진 농가에서 여자 혼자 있는데, 무장한 사내가 다친 사람을 업고 찾아왔다. 경계하는 것이 당연했다.


"식량값을 치르겠습니다. 은이 있습니다."


겔투스 가방에서 은 한 닢을 꺼냈다. 남은 돈의 반이었다. 산마을에서 절반을 쓰고, 이제 또 절반. 하지만 리나가 쉴 곳이 필요했다.


여자의 눈이 은을 보고 움직였다. 경계와 이해관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안으로 드시오."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리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자가 담요를 깔아줬다. 리나의 얼굴이 여전히 하얬다. 호흡이 얕았지만 규칙적이었다.


갑옷을 벗겨야 해서 안쪽의 끈을 하나씩 풀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이 사람의 갑옷은 혼자 입고 벗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갑옷이 떨어지자 셔츠 아래로 옆구리의 멍이 보였다. 보라색에 가까운 색이었다. 갈비 위치. 만져보니 리나가 의식 없이도 얼굴을 찡그렸다.


"뼈가 부러졌소?"


여자가 물었다.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았다.


"갈비가 두세 대. 고정하고 왔는데, 약초가 필요합니다."


"곰취가 있소. 부종에는 쓰는데, 뼈에는... 모르겠소."


곰취라는 것을 뭔지 몰랐다. 이 세계의 약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겔투스 가방에 약초가 두 꾸러미 있었지만, 이건 상인 위장용으로 산 것이지 실제로 쓸 줄은 몰랐다.


"뼈 붙이는 약초는 없습니까?"


"도란초라는 게 있다고 들었소. 근데 여기서는 안 나오. 남쪽 골짜기 쪽에... 늙은이가 약초를 캐서 파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남쪽 골짜기. 여기서 얼마나 먼지 모르겠지만, 도란초가 필요했다. 리나의 갈비가 붙지 않으면 이동이 불가능했다. 이 사람이 일어나지 못하면 나 혼자서는 마왕성까지 갈 수 없었다. 전투력이 없는 용사에게 기사가 없다는 것은 눈이 없는 것과 같았다.


아니. 그 이전에... 이 사람을 이 상태로 둘 수 없었다.


리나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열이 나는 것인지, 통증인지. 천에 물을 적셔 이마에 올려놓았다. 여자가 건네준 물이었다.


밤이 되자 여자가 감자죽을 끓여줬다. 따뜻한 죽을 먹었다. 벨카를 만난 뒤 처음 먹는 것이었다. 배가 고팠다는 것을 먹고 나서야 알았다. 리나에게도 먹여야 했지만,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먹이면 위험했다. 물만 적신 천으로 입술을 닦아줬다.


"산적에게 당한 거요?"


여자가 물었다. 아까보다 경계가 풀려 있었다.


"네. 산길에서 만났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빛은 나오지 않았다. 산적이 아니라 마왕군 최강의 장수였지만, 이 여자에게 그것을 말할 이유는 없었다. 거짓말이 쌓이고 있었다. 리나가 말한 대로.


리나 옆에 앉아 있었다. 숨소리를 들었다. 벨카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어 있던 눈. "아자렐님이 이세계인에 대해 알고 싶어하신다." 내 말빨이 아니라, 마왕의 호기심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었다.


"다음엔 진심으로 말해봐."


리나의 말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미안합니다"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러진 갈비가 붙지 않았다.


진심으로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이 세계에서 거짓말에는 빛이 나고, 진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빛이 나지 않는 사람이니까 거짓말이든 진심이든 똑같았다. 언약 밖의 혀. 머릿속에서 그 말이 떠올랐다. 이 세계의 언약 체계 바깥에 있는 혀. 내 혀를 부르는 이름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하지만 리나에게는 달랐을 것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진심으로 말해봐"라고 했다.


새벽에 리나가 눈을 떴다.


"여기..."


"농가입니다. 안전합니다."


리나가 주위를 살피려다 옆구리를 잡고 멈췄다. 통증이 올라온 것이다.


"움직이지 마세요. 갈비가 부러졌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리나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건조했지만, 숨이 가늘었다. 이 사람은 자기 부상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벨카는요?"


"갔습니다. 우리를 살려두고."


"왜요?"


"마왕이... 이세계인에 대해 알고 싶다고. 소환의 원리도."


리나가 천장을 보는 채로 침묵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살려둔 거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살려둔다는 것과 놓아준다는 것은 달랐다.


"약초를 구해야 합니다. 도란초라는 약이 있다고 합니다. 뼈를 붙이는."


"어디에?"


"남쪽 골짜기에 약초를 파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리나가 나를 보았다. 어젯밤 의식을 잃기 전과 같은 맑은 눈이었다.


"혼자 갑니까?"


"네."


리나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췄다.


"통행증 챙기세요."


겔투스 가방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 짐을 챙겼다. 통행증, 남은 은 한 닢, 물통. 리나의 검은 리나 옆에 두고, 말도 두고 갔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도보가 산길에서는 더 빨랐다.


문을 나서며 돌아봤다. 리나가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아끼는 것이었다.


남쪽 골짜기를 향해 걸었다. 혼자였다. 크롬홀 이후 리나 없이 걷는 것이 처음이었다. 앞에서 덤불을 치는 사람이 없었고, 주변을 살피는 사람도 없었다. 발소리가 하나였다. 리나가 항상 앞에서 걸었다는 것을 몸으로 알았다.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숲 사이로 빛이 떨어졌다. 멀리 남쪽으로 마왕성의 윤곽이 보였다. 어제 산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가까웠다. 도란초를 찾아야 했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발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