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데 입만 살았습니다
26화

혼자 걷는 숲은 달랐다.


리나와 함께일 때는 몰랐다. 이 사람이 앞에서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처리하고 있었는지. 덤불 사이의 안전한 길, 발 아래 뿌리의 위치, 주변의 소리 변화. 리나는 그것을 전부 읽으면서 걸었다. 지금은 그 전부를 혼자 해야 했다.


두 번 넘어졌다. 한 번은 이끼 낀 돌에 미끄러졌고, 한 번은 덤불 아래 숨어 있던 구덩이에 빠졌다. 무릎이 까졌고, 바지가 찢어졌다. 리나였으면 피했을 것들이었다.


남쪽 골짜기라고 했다. 농가 여자가 알려준 대로, 개울이 나오면 따라 내려가라는 방향으로 걸었다.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면 골짜기가 나오고, 거기에 약초를 캐는 늙은이가 있다고 했다. 반나절이면 닿는다고 했는데, 혼자 걸으니 반나절이 넘어가고 있었다.


해가 높아졌다. 마왕성의 윤곽이 남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어제보다 더 가까이 보였지만, 지금 저것은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도란초를 찾고 리나에게 돌아가는 것이 먼저였다.


정오쯤에 개울을 만났다. 물이 맑아서 물통을 채우고 얼굴을 씻었다. 찬 물이 정신을 잡아줬다.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물에 비친 손을 보고 알았다. 긴장인지 피로인지 구분이 안 됐다. 벨카를 만난 뒤로 긴장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 비어 있던 눈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골짜기가 나올 것이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개울을 따라 걸었다. 한 시진쯤 지났을 때, 숲 속에 뭔가가 보였다. 나무 사이로 돌담이 보였다. 낮은 돌담이 개울 옆에 쌓여 있었고, 그 안쪽에 작은 밭이 있었다. 밭에는 본 적 없는 식물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약초밭이었다.


돌담 너머에 집이 있었다. 집이라고 하기에는 바위 옆에 붙어 있는 움막에 가까웠다. 지붕은 나뭇가지와 흙으로 덮여 있었고, 입구에 가죽 커튼이 걸려 있었다. 누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것이 보였다. 돌담의 이끼, 밭의 정돈된 이랑, 움막 옆에 쌓인 장작더미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계세요?"


대답도 인기척도 없었다. 약초 캐러 나간 것일 수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밭을 살폈다. 약초의 이름을 몰랐지만, 종류가 많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열 가지 이상의 식물이 각각 다른 이랑에 심어져 있었다. 이것을 키우는 사람은 약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도란초가 여기 있을 수도 있었다.


밭 가장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빵을 꺼내 먹었다. 산마을에서 산 빵의 마지막 조각이라 식량이 떨어지고 있었다. 리나에게 가져갈 것도 남겨둬야 했는데, 이미 없었다. 도란초를 구하면 돌아가는 길에 뭔가를 찾아야 했다.


기다리면서 움막 주변을 살폈다. 밭 옆에 물을 끓이는 화덕이 있었고, 그 옆에 말린 약초가 묶음으로 걸려 있었다. 수십 개는 됐다. 약초를 캐서 파는 정도가 아니었다. 묶음마다 작은 나무 팻말이 달려 있었는데,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 세계의 문자였다. 읽을 수는 있었지만, 약초 이름은 알아도 뭔지는 모르겠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숲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발소리가 아니라 가볍고 느린 걸음이었다. 나무 사이로 사람이 나타났다.


노인이었다. 마르고 키가 작으며 등이 약간 굽어 있었고, 한 손에 든 자루 안에서 풀의 줄기가 삐져나와 있었다. 머리가 희었지만, 눈이 또렷했다. 칠십은 넘어 보였는데, 움직임에 힘이 있었다.


노인이 나를 보고 멈췄다. 경계가 아니라 놀라움에 가까웠다. 이 외진 곳에 사람이 찾아온 것이 오래간만인 듯했다.


"도란초를 찾고 있습니다."


먼저 말했다.


"동행이 다쳤습니다. 갈비가 부러졌는데, 도란초가 뼈를 붙인다고 들었습니다."


노인이 나를 훑어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시간을 들여서. 겔투스 가방도, 찢어진 바지도, 까진 무릎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를 더 보는 것 같았다. 시선이 내 몸 위에 잠시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뭘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겉모습 이상의 것을 읽고 있었다.


"있소."


짧은 대답이었다. 노인이 움막으로 들어가자 가죽 커튼 너머에서 무언가를 뒤지는 소리가 나다가, 작은 묶음을 들고 나왔다. 초록빛이 약간 남아 있는 마른 풀로, 잎이 넓고 줄기가 굵었다.


"도란초요. 끓여서 환부에 대면 되오. 하루 세 번, 사흘이면 뼈가 붙기 시작하오."


"값은 얼마입니까?"


"은 한 닢이면 되오."


마지막 은이라 이것을 쓰면 돈이 한 푼도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은을 건넸다. 노인이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를 다시 보았다. 아까와 같은 시선이었다. 겉모습 너머를 보는 듯한.


"혼자 왔소?"


"동행이 다쳐서 농가에 두고 왔습니다."


"이 근처에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오. 마왕군 수색대가 골짜기까지 들어올 때가 있소."


마왕군 수색대. 이 말을 듣는 것이 두 번째였다. 크롬홀에서도 수색대 이야기를 들었다. 벨카와는 다른 위협이었다. 벨카는 나를 살려두겠다고 했지만, 일반 수색대는 그런 명령을 받지 않았을 것이었다. 통행증이 있으니 상인으로 통할 수는 있었지만, 이 깊은 산속에서 상인이 혼자 걸어다니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조심하겠습니다."


"어디서 왔소?"


"북쪽 산마을에서. 약재 장사를 하는데, 동행이 다쳐서 약초를 구하러 왔습니다."


거짓말이었지만 빛은 나오지 않았다. 노인의 눈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뭔가를 확인한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약재 장사라." 노인이 되뇌었다. "요즘 약재 장사를 하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할 텐데."


"있습니다."


통행증을 꺼내 보여주려다 멈췄다. 노인이 손을 저었다.


"볼 필요 없소. 있다면 됐소."


통행증을 확인하지 않는다. 이 움막의 이끼와 돌담의 오래됨을 보면, 마왕군 이전부터 여기 살던 사람이었다.


"한 가지." 노인이 약초 자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도란초만으로는 갈비가 완전히 붙지 않소. 사흘이면 뼈가 붙기 시작하지만, 열흘은 움직이면 안 되오. 무리하면 다시 부러지오."


열흘. 리나가 낫는 것이 먼저였다. 통행증은 또 만들어내면 된다.


"고맙습니다."


돌아서려는데 노인이 말했다.


"젊은이."


멈췄다.


"그 동행이라는 사람... 기사요?"


심장이 한 박자 멈추는 것을 느꼈다. 기사라고 말한 적이 없었고, 동행이 다쳤다고만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갈비가 부러질 정도로 다쳤는데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이, 찢어진 옷에 까진 무릎에, 본인은 싸운 흔적이 없소. 호위가 대신 싸웠다는 뜻이오. 보통 호위는 그 정도로 다치면 버려지오. 버리지 않고 약초를 찾아온 거면, 주인과 호위의 관계가 아니오."


관찰력이 날카로웠다. 이 노인은 단순한 약초꾼이 아니라 사람을 읽는 눈이 있었다. "좋은 사람입니다."


그것만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노인이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입가가 약간 올라간 정도였다. 뭔가를 더 말하려다 멈추는 것이 보였다.


"조심해서 돌아가시오. 골짜기에서 북쪽으로 개울을 따라가시오. 도란초를 끓일 때 물은 깨끗한 걸 쓰시오."


돌아섰다. 도란초 묶음을 겔투스 가방에 넣고, 개울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발걸음이 올 때보다 빨랐다.


걸으면서 노인의 눈이 떠올랐다. 내 몸 위에서 멈추던 시선. "기사요?"라는 질문. 통행증을 확인하지 않는 태도. 이 사람은 뭔가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해가 기울고 있었다. 개울의 물소리가 발소리와 섞였다. 가방 안에 도란초가 있었고, 돌아갈 곳이 있었다.


걸었다. 한 걸음씩. 농가까지 아직 반나절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