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을 때 리나는 이미 검문소를 관찰하고 있었다.
구릉 꼭대기에서 엎드린 채로 남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돌아와서 보고했다.
"교대가 있었습니다. 새벽에 병사가 바뀌었고, 지금은 셋입니다. 어제보다 한 명 적습니다."
"통행은요?"
"수레 한 대가 들어갔습니다. 어제와 같은 절차입니다."
리나가 짧게 보고를 끝내고 나를 봤다.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 내가 "방법이 있습니다"라고 했으니까.
"상인으로 위장합니다."
리나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 같았다.
"어제 관찰했을 때, 민간 상인의 수레도 검문을 거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왕군은 보급로를 유지하려면 상인이 필요합니다. 상인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건이 없습니다."
"가져온 게 아니라 사러 온 겁니다. 크롬홀은 대장간 마을이라 약재가 부족합니다. 전쟁 때문에 남쪽 상인이 안 올라오니까 직접 내려왔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리나가 잠시 생각했다. "크롬홀에서 왔다는 건 사실입니다. 거짓말에 빛이 나오지 않겠죠."
"네. 사실과 거짓을 섞는 겁니다. 크롬홀에서 온 건 사실, 약재가 필요한 것도 사실. 상인이라는 것만 거짓입니다." 말하면서 크롬홀에서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전령 서신에서도 리나의 진짜 기사 신분에 거짓 위협을 섞었다. "사실이 많을수록 거짓이 안전해집니다. 검문 병사가 빛을 확인할 경우에도요."
"제 신분은요?"
이 질문이 올 줄 알았다. 리나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사무적이었지만 그 아래에 무게가 있었다.
"호위 검객으로 위장합니다. 상인이 호위를 데리고 다니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도적이 많으니까요."
"왕실 기사단 문장을 숨겨야 합니다."
내가 말하기 전에 리나가 먼저 말했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리나가 망토의 안쪽을 만졌다. 왕실 기사단 문장이 수놓인 쪽이었다.
"망토를 뒤집으면 됩니다. 겉에서는 평범한 여행자 망토로 보입니다."
리나가 망토를 벗었다. 천을 뒤집는 동작이 느렸다. 문장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리나의 손가락이 수놓인 실 위를 한 번 쓸었다. 의식한 동작이 아닌 것 같았다. 아버지가 속했던 기사단의 문장. 그 문장 아래서 훈련받고, 그 문장을 달고 호위 임무를 수행해온 사람이, 지금 그것을 숨기고 있었다. 어젯밤 리나가 말한 것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죽인 건 거짓 서약이라고. 그 아버지의 기사단 문장을 거짓말을 위해 뒤집고 있었다. 리나의 손이 잠시 멈춘 것이 보였다. 하지만 금방 움직여서 망토를 다시 걸쳤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여행자였다. 리나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까 문장 위를 쓸었던 손가락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었다.
"갑옷은 숨길 수 없습니다."
"상인의 호위검객이 갑옷을 입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도적이 많은 길이니까요."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 나를 봤다. 눈이 달랐다. 이 사람은 이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거짓 서약에 죽은 사람이, 거짓말판에 직접 서는 것이었다.
"제가 말합니다. 리나 씨는 옆에서 검을 차고 서 있으면 됩니다. 호위검객은 말이 없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말이 없는 건 익숙합니다."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르겠는 말이었다. 리나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크롬홀 이후 처음으로. 긴장이 반쯤 풀렸다.
준비를 시작했다. 말에서 짐을 내려 겔투스 가방만 남겼다. 약재 상인이 큰 짐을 끌고 다닐 리는 없으니까. 남은 식량과 장비는 구릉 뒤 바위틈에 숨겼다. 돌아올 때 찾으면 됐다. 돌아올 수 있다면.
리나가 바위틈에 짐을 밀어 넣고 있을 때, 하늘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 소리였는데 보통 새가 아니었다. 날카롭고 규칙적인 울음이었다. 리나가 올려다봤다.
"전서조입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리나가 팔을 뻗자 새가 팔뚝에 앉았다. 다리에 작은 가죽 주머니가 묶여 있었다.
"핀의 새입니다." 리나가 주머니를 풀며 말했다. "크롬홀에서 보낸 겁니다."
접힌 종이를 꺼냈다. 핀의 글씨였다. 짧았다.
"용사에게. 크롬홀은 무사하오. 하지만 소식이 있소. 남쪽에서 올라온 행상이 말하기를, 누군가 용사를 찾고 있다고 하오. 마왕군이 아니오. 단독이오. 조심하시오."
누군가 나를 찾고 있었다. 마왕군이 아닌 단독. 종이를 다시 읽었다. "남쪽에서 올라온 행상이 말하기를." 남쪽에서 올라온 행상이라면, 그 추적자는 남쪽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가는 방향이었다.
카르텐이 떠올랐다. 하지만 카르텐은 북쪽으로 갔다. "다시 만나면 수배서대로"라고 했지만, 이쪽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었다. 란델에서 수배서를 내린 것은 두 달 전이었다. 란델의 현상금이 아직 유효하다면, 소문을 듣고 움직이는 사냥꾼이 있을 수 있었다. 용사라는 소문은 크롬홀에서 퍼졌을 것이고, 소문은 사람보다 빨리 퍼진다.
"누구일까요?" 리나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란델의 수배서가 아직 돌고 있으면, 다른 현상금 사냥꾼일 수도 있고."
"마왕군의 첩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가능했다. 크롬홀을 우회한 마왕군이 "용사가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려 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리나가 말했다. "여기서 오래 머물면 따라잡힙니다."
맞았다. 더 이상 관망할 시간이 없었다. 핀의 전서가 검문소 통과의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줬다. 점령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추적자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왕군 검문소가 오히려 방패가 되는 셈이었다. 추적자가 통행증 없이 점령지에 들어올 수는 없으니까.
전서조에 답장을 적었다. "감사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남쪽으로 이동 중." 짧게. 핀에게 더 자세한 상황을 알리고 싶었지만, 전서조가 중간에 잡히면 내용이 노출된다. 리나가 새를 놓아주었다. 새가 북쪽으로 날아갔다. 크롬홀을 향해. 핀이 무사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 사람은 우리가 떠난 뒤에도 크롬홀을 지키고 있었다.
"갑시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릉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면서 역할을 다시 확인했다. 나는 크롬홀의 약재 상인. 리나는 고용된 호위검객. 물건을 사러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통행증이 없으니 발급받으러 왔다. 이 이야기에서 거짓인 것은 "상인"과 "고용된 호위"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사실이었다.
도로에 올라서니 아침 통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제 구릉 위에서 내려다본 검문소가 이제 50보 앞에 있었다. 목책이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고, 그 옆에 병사 셋이 서 있었다. 리나가 보고한 대로였다. 수레 한 대가 앞에서 검문을 받고 있었다. 농부가 곡물 포대를 실은 수레를 끌고 있었고, 검문 병사가 포대를 하나씩 열어보며 뭔가를 기록한 뒤 통과시켰다. 농부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점령지의 일상이었다.
심장이 빨라졌다. 크롬홀에서는 성벽 뒤에 서서 2리 밖의 적을 속였지만, 여기서는 코앞이었다. 병사의 갑옷에서 나는 금속 소리가 들렸다. 어제 숲에서 보급 수레 옆을 지날 때 들었던 것과 같은 소리였다. 실패하면 도망칠 시간도 없었다. 리나가 싸울 수는 있지만, 셋을 상대하는 동안 야영지에서 더 올 것이었다.
리나가 옆에서 반 보 뒤에 섰다.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호위검객의 위치였다. 뒤집어 입은 망토 안쪽에 기사단 문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이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심장을 잡아주고 있었다.
우리 차례가 왔다. 병사가 다가왔다.
"어디서 왔소?"
"북쪽, 크롬홀에서 왔습니다. 약재 거래차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병사가 나를 훑어봤다. 위에서 아래로. 겔투스 가방, 여행복, 먼지 묻은 신발. 그다음 리나를 봤다. 갑옷, 검, 뒤집어 입은 망토. 시선이 리나의 허리춤에서 멈췄다. 검이었다.
"호위요?"
"네. 도적이 많아서 고용했습니다."
병사가 리나를 다시 봤다. "갑옷이 좋은데." 호위검객치고는 장비가 좋다는 뜻이었다.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리나의 갑옷은 왕실 기사단 표준 장비였다. 문장은 숨겼지만 갑옷의 품질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실력이 좋은 호위는 비쌉니다. 그만큼 장비도 좋고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물건값보다 목숨값이 비싸니까요."
병사가 흥, 하는 소리를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가 통한 것이었다. 상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통행증은?"
"아직 없습니다. 크롬홀에서 급하게 내려오느라 미처 준비를 못 했습니다. 발급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병사의 눈이 좁아졌다. 나를 한 번, 리나를 한 번 더 봤다. 시간이 늘어지는 것 같았다. 옆에서 리나의 호흡이 느껴졌다. 일정했다. 이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통행증 없는 사람은 보급관한테 가서 신원 확인부터 해야 하오." 병사가 뒤쪽 천막을 가리켰다. "저기요. 가방 열어서 보여주고."
"감사합니다."
겔투스 가방을 열어 보여줬다. 빈 약재 주머니 몇 개와 동전이 들어 있었다. 크롬홀을 떠날 때 겔투스가 챙겨준 것이었다. "약재 사러 온 거면 이게 있어야지"라며 건네준 빈 주머니들이 지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병사가 가방을 대충 훑어보고 비켜섰다.
지나가면서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리나의 갑옷이 아직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불러 세우지는 않았다.
검문소를 지나자 마을이었다. 어제 구릉 위에서 본 것보다 가까이서 보니 더 생생했다. 길 양쪽으로 가게들이 열려 있었고,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주민들이었다. 장사를 하고, 물건을 나르고, 아이를 데리고 걷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의 모서리마다 무장한 병사가 서 있었다. 평범한 마을의 일상 위에 군사 통제가 얹혀 있었다. 곡물 창고 앞에는 어제처럼 수레가 줄을 서고 있었고, 병사가 수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보급 천막은 마을 중심의 광장 옆에 있었다. 천막이라기보다 임시 행정소에 가까웠다. 앞에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고, 대기하는 사람이 두 명 있었다. 상인처럼 보이는 남자와 짐을 실은 당나귀를 끌고 온 여자. 우리만 상인으로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상인들이 이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천막 앞에 서니 안쪽에서 주판 소리가 들렸다. 숫자를 세는 사람이 안에 있었다. 숫자를 세는 사람은 논리로 움직인다. 감정이나 의심이 아니라 수치와 효율. 크롬홀에서 드라가를 상대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상대였다.
리나를 돌아봤다. 리나의 눈이 마을을 훑고 있었다. 어제 피난민 가족이 떠나온 마을이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 있지만 자기 것이 아닌 마을. 리나가 시선을 거두고 나를 봤다. 고개를 끄덕였다.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