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데 입만 살았습니다
21화

천막 안은 어두웠다.


햇빛이 천막 틈으로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지만, 안쪽은 그늘이었다. 나무 탁자 하나, 의자 하나, 탁자 위에 장부 여러 권과 주판. 그리고 그 뒤에 앉아 있는 남자.


마른 체격에 머리가 짧았다. 갑옷이 아니라 천으로 된 외투를 입고 있었고, 손가락이 주판 위에 얹혀 있었다. 군인이 아니라 관리였다. 우리가 들어왔는데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장부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뭐요?"


올려다보지 않은 채 물었다. 바쁜 사람이었다.


"크롬홀에서 온 약재 상인 강태호입니다. 통행증 발급받으러 왔습니다."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나를 봤다. 그다음 리나를 봤다. 시선이 리나의 갑옷에서 검으로, 검에서 얼굴로 옮겨갔다.


"호위요?"


"네."


보급관이 다시 나를 봤다. "크롬홀이라 했소?"


"네."


"크롬홀이면 북쪽이오. 북쪽 상인이 이 시기에 남쪽으로 내려오는 건 드문데." 주판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무슨 물건이오?"


"약재를 사러 왔습니다. 크롬홀은 대장간 마을이라 약재가 항상 부족합니다. 전쟁 전에는 남쪽 상인들이 올라왔는데, 요즘은 안 오니까 직접 내려온 겁니다."


빛이 나오지 않았다. 크롬홀이 대장간 마을인 것도, 약재가 부족한 것도, 남쪽 상인이 안 오는 것도 전부 사실이었다. 거짓은 "상인"이라는 한 단어뿐이었다.


보급관이 나를 재고 있었다. 얼굴에 의심은 없었지만, 호기심이 있었다.


"크롬홀이면 철기가 나오지 않소?"


"나옵니다. 대장간이 셋 있습니다."


"그런데 약재를 사러? 철기를 팔러 온 게 아니고?"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대장간 마을의 상인이 철기가 아니라 약재를 거래한다는 것이 걸린 모양이었다. 보급관은 숫자를 세는 사람이었다. 논리가 안 맞으면 넘어가지 않는다.


"철기는 무겁습니다. 말 두 필로 남쪽까지 실어오려면 수레가 필요한데, 수레 한 대 끌고 전쟁터 한복판을 지나가는 건 무리입니다." 상대의 의심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읽었다. 물류의 문제로 풀면 됐다. "약재는 가볍고 비쌉니다. 적은 짐으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약재를 택한 겁니다."


보급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가 통한 것이었다. 이 사람은 감정이 아니라 효율로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효율로 판단하는 사람에게는 효율로 말해야 했다.


"다만." 보급관이 붓을 내려놓고 가방을 가리켰다. "짐을 보여주시오."


겔투스 가방을 열었다. 빈 약재 주머니 몇 개와 동전. 보급관이 가방 안을 들여다봤다. 주머니 하나를 집어 입구를 열어봤다. 비어 있었다. 다른 하나도 열었다.


"빈 주머니요?"


"약재를 담아갈 주머니입니다. 사서 넣으려고 가져왔습니다."


보급관이 주머니의 안쪽을 살폈다. 약초 가루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겔투스가 "약재 사러 온 거면 이게 있어야지"라며 챙겨준 주머니들이었다. 원래 겔투스의 가게에서 약초를 보관하던 것이었으니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 흔적이 지금 물증이 되고 있었다.


"물건은 어디서 살 생각이오?"


"델포에 약재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있긴 하오. 동쪽 거리에 마셀이라는 상인이 있소. 거기가 가장 크오." 보급관이 장부를 한 장 넘겼다. "이름이 뭐라 했소?"


"강태호입니다."


"크롬홀 강태호." 보급관이 적었다. "상인 등록증이 있소?"


없었다. 상인이 아니니까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예상한 것이었다.


"없습니다. 원래 상인이 아닙니다. 대장간에서 일하다가, 마을에 약재가 떨어져서 아는 사람이 부탁한 겁니다. 급하게 나온 거라 등록까지는 못 했습니다."


보급관이 눈을 좁혔다. "등록증이 없으면 상거래 허가를 내주기 어렵소."


"상거래가 아니라 개인 구매입니다. 마을 약방에서 쓸 약재를 사오는 것이니까요. 되팔이가 아닙니다."


"그래도 통행증에는 사유를 적어야 하오. 개인 구매면 분류가 달라지는데..." 보급관이 장부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행정관의 고민이었다. 서류가 깔끔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분류가 어떻게 나뉩니까?"


"상인은 교역 허가 통행증, 개인은 단기 체류 통행증이오. 개인 통행증은 사흘짜리고, 연장이 안 되오."


사흘이면 충분했다. 델포를 통과해서 남쪽으로 가면 되니까. 하지만 상인 통행증이 더 나았다. 이동 범위가 넓고, 검문소에서 설명이 쉬웠다.


"약재를 사서 크롬홀로 돌아가려면 사흘로는 빠듯합니다. 왕복이면 닷새는 걸립니다. 교역 허가로 발급받을 수는 없습니까?"


보급관이 고개를 저었다. "등록증 없이는 안 되오."


여기서 밀면 안 됐다. 상대가 거부한 것을 바로 다시 요청하면 의심을 산다. 한 발 물러서면 상대의 경계가 내려간다. 양보를 먼저 보여주면 상대가 다른 곳에서 유연해진다.


"그러면 단기 체류로 하겠습니다. 사흘 안에 일을 끝내면 되니까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 "다만, 약재를 사서 돌아가는 길에 남쪽 검문소도 이 통행증으로 통과할 수 있습니까?"


"남쪽이요?" 보급관이 눈을 들었다. "왜 남쪽으로?"


"델포 남쪽에도 약재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 못 구하는 약초가 있으면 더 내려가야 하니까요."


보급관이 잠시 생각했다. "단기 체류 통행증은 델포 관할 내에서만 유효하오. 남쪽 강 건너까지 가려면 별도 허가가 필요하오."


"그 허가는 누가 내줍니까?"


"나요." 보급관이 말했다. "강 검문소도 내 관할이오.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오시오. 다만 사유가 타당해야 하오."


남쪽으로 가는 길이 하나 더 열렸다. 보급관 로하르의 관할이 강 건너까지라는 정보를 얻은 것이었다.


보급관이 장부에 적기 시작했다. 이름, 출발지, 사유, 동행인. 리나를 가리켰다.


"호위 이름은?"


리나가 대답하기 전에 내가 말했다. "리나입니다. 크롬홀에서 고용한 검객입니다."


보급관이 리나를 봤다. "성은?"


리나가 짧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떠돌이 검객이라."


보급관이 고개를 끄덕이고 장부에 적었다. 리나가 거짓말을 했다. 카셀이라는 성을 숨겼다. 왕실 기사단 가문의 성이니까. 이 세계에서 거짓말은 빛이 나야 하지만, 리나의 몸에서 빛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왔을 수도 있었다. 보급관이 장부에 시선을 내린 그 순간에. 확인할 수 없었다. 리나의 얼굴에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인장이 필요하오. 상인 인장이 있으면 찍고, 없으면 서명하시오."


나무 패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통행증이었다. 장부에 적은 내용이 옮겨 적혀 있었다. 보급관이 먹물과 붓을 밀어줬다.


인장은 없었다. 붓을 들어 이름을 적었다. 강태호. 이 세계에서 내 이름을 행정 서류에 적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왕군의 통행증에 내 본명을 쓰고 있었다. 아이러니였다. 가장 진짜인 정보가 가장 가짜인 서류 위에 올라갔다.


보급관이 자기 인장을 꺼내 통행증 아래쪽에 찍었다. 붉은 잉크. 로하르라는 이름이 인장에 새겨져 있었다. 이 검문소를 관할하는 보급관의 이름이었다.


"사흘이오. 사흘 후 통행증을 반납하거나 연장 신청을 하시오. 미반납 시 수색이 나가오."


"감사합니다."


통행증을 받아 겔투스 가방에 넣었다. 손가락이 약간 떨리는 것을 느꼈다. 들키지 않도록 가방 끈을 조이는 척했다.


천막을 나왔다. 햇빛이 눈부셨다. 방금까지 어두운 천막 안에서 숫자를 세는 사람과 대화하고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니 점령된 마을의 일상이 다시 펼쳐졌다.


리나가 옆에서 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을 숨겼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빛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리나의 목소리가 단단했지만 그 아래에 긴장이 있었다. 거짓말이 싫다고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이름에 대한 거짓말을. 이 사람에게 이름은 아버지에게 받은 것이었다.


"보급관은 장부를 보고 있었습니다. 설사 빛이 났더라도 못 봤을 겁니다."


리나가 대답하지 않았다. 한 발 앞에서 걸으며 시선을 앞에 고정하고 있었다. 어제 핀의 전서를 읽었을 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감정을 정리하는 중인 얼굴.


마셀의 약재상을 찾아갔다. 동쪽 거리를 걸으며 마을을 봤다. 가까이서 보는 점령지의 일상은 이상한 것이었다. 빵 가게에서 빵이 나오고,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놀고,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무장한 병사가 서 있었다. 빵 가게 옆 모서리에, 골목 입구에, 우물 앞에. 주민들은 병사를 피해 걷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이 보였다. 어제 피난민 남자가 말한 것이 떠올랐다. "죽이지는 않았소. 그냥 다 자기네 것으로 만드는 거요." 정확한 묘사였다.


약재상은 작은 가게였지만 약초 냄새가 진하게 났다. 안으로 들어가니 중년의 남자가 약초를 분류하고 있었다.


"뭘 찾으시오?"


"해열초와 지혈풀을 찾습니다. 크롬홀에서 왔는데 마을에 약재가 떨어져서."


실제로 약재를 샀다. 겔투스가 챙겨준 동전으로 해열초 열 묶음과 지혈풀 다섯 묶음을 사서 빈 주머니에 넣었다. 약재상 주인이 물건을 싸면서 말했다.


"크롬홀이면 북쪽이지. 요즘 북쪽 소식이 끊겼는데."


"도로가 막혀서요. 보급 수레가 도로를 쓰고 있어서 민간 통행이 어렵습니다."


"남쪽도 마찬가지요. 여기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강이 있는데, 거기 검문이 더 빡빡하오. 다리가 하나인데 운반 작업 때문에 민간인은 줄을 서야 하오."


강. 남쪽으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다. 검문소가 있고 다리가 하나. 기억해 두었다.


"강 너머에는 뭐가 있습니까?"


"야영지가 크오. 숲 너머에 전초기지를 짓고 있다는 말도 있고." 약재상 주인이 목소리를 낮췄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까지는 그래도 사람 사는 맛이 있소. 강 건너부터는 군대 세상이오."


물건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가방이 약초 냄새로 가득 찼다. 상인의 물증이 하나 더 생겼다.


거리로 나왔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통행증은 사흘짜리였다. 오늘이 첫날이었다. 사흘 안에 강을 건너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 전에 짐을 회수해야 했다. 구릉 뒤 바위틈에 숨긴 식량과 장비.


리나가 앞에서 걸으며 거리의 병사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평범한 호위검객의 시선이 아니었다. 병사들의 배치, 순찰 간격, 무장 상태를 읽고 있었다. 기사의 눈이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합니다. 오늘은 짐을 회수하고, 일찍 쉬겠습니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돌아봤다.


"거짓말이 쌓이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조용했다. 비난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괜찮습니까?"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또 하나의 거짓말이 될 것이고, 이 사람 앞에서는 그런 종류의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강을 건너면 더 깊이 들어가는 겁니다."


리나의 시선이 남쪽을 향했다. 해가 지는 쪽이었다. 마왕군의 영역은 저 너머로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