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에게 돌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전직 자경단장입니다. 마왕군에게 마을을 잃고 부하와 가족을 데리고 이동 중인데, 마왕군 정찰대가 도로에서 보급을 차단하고 있어서 피난민을 세우고 있는 겁니다."
리나가 무장 무리 쪽을 봤다. 핀이 부하 네 명과 모여 서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머지 부하들은 피난민 행렬 쪽을 향해 경계 중이었다.
"도적이 아니라 보호하고 있었다는 뜻입니까?"
"본인은 경고라고 합니다. 피난민이 그대로 올라가면 정찰대 표적이 된다고."
리나가 핀의 부하들을 살폈다. 장비 상태를 보는 눈이었다. 기사의 눈으로 전투력을 가늠하고 있었다.
"장비가 낡았지만 손질은 되어 있습니다. 자경단 출신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문제는요?"
"크롬홀에 데려가면 잡힌다고 합니다. 마을 없는 전직 자경단은 도적과 구별이 안 된다고."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라는 뜻이었다. 왕실 기사단에서도 소속 없는 무장 집단은 일단 구금하고 보는 것이 절차였을 것이다.
"보증하겠다고 했습니까?"
"네."
"드라가 단장이 들어줄까요?"
"정보의 가치에 달려 있습니다. 마왕군 정찰대가 도로에서 보급을 차단하고 있다는 건 드라가도 모르는 정보입니다. 전직 자경단 인원 열 명도 방어 회의에서 병력이 부족하다고 했으니 가치가 있습니다."
리나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핀이라는 사람이 이쪽 말을 들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랬다. 핀이 응하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한다.
해가 더 기울었다. 서쪽 하늘이 붉어지고 있었고, 도로 위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피난민 행렬에서 불을 피우기 시작한 수레가 두어 대 보였다. 여기서 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레 밑에 이불을 깔고 아이를 눕히는 여자, 남은 식량을 세는 노인. 급하게 떠나온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울음은 잦아들었지만, 피난민 대표가 다른 남자 두 명과 함께 핀의 부하 쪽으로 다시 걸어가는 게 보였다. 이번에는 인원을 더 데려왔다. 또 교섭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핀이 부하들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았다.
"부하들과 이야기했소."
"결론이 나왔습니까?"
핀이 고개를 저었다.
"반반이오. 절반은 크롬홀에 들어가자는 쪽이고, 절반은 함정일 수 있으니 가지 말자는 쪽이오."
"핀 씨 본인은요?"
핀이 나를 봤다. 3초쯤 시선이 머물렀다.
"한 가지 묻겠소."
"네."
"당신이 보증한다고 했소. 보증이라는 건 약속이오. 그 약속이 깨지면 어떻게 되오?"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핀의 목소리에 무게가 있었다.
"자경단장이 핀 씨를 구금하면, 제가 풀어내겠습니다."
"어떻게?"
"대화로요."
핀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웃음이 아니라 쓴맛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대화. 대화로 안 되는 일이 있소."
핀이 손목의 끊어진 팔찌를 봤다.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이건 맹세의 팔찌요. 델라 마을을 지키겠다고 자경단장에 임명될 때 받은 것이오. 맹세를 하면 팔찌에 마나가 깃들고, 맹세를 지키는 동안 유지되오."
핀이 팔찌의 끊어진 부분을 엄지로 만졌다.
"마을이 떨어졌을 때, 팔찌가 끊어졌소. 맹세를 지키지 못했으니까. 마나가 역류해서 사흘 동안 피를 토했소. 부하 셋을 잃었고, 마을 사람 절반은 도망치지 못했소."
리나의 숨소리가 달라졌다. 옆에서 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맹세의 마나 역류. 리나의 아버지도 비슷한 것을 겪었을 것이다.
"그때 약속이라는 것의 무게를 알았소." 핀이 말했다. "검도 갑옷도 없는 사람이 '보증합니다'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무게가 있소? 약속이 깨지면 피를 토하는 건 당신이 아니라 우리요."
핀의 말이 정확했다. 이 사람은 약속의 무게를 몸으로 겪은 사람이었다. 말만의 보증은 이 사람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는 겁니까?"
"거절이 아니오." 핀이 말했다. "당신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결정을 못 하는 거요."
교착이었다. 핀은 내 말을 믿을 수 없고, 나는 증거를 보여줄 수 없었다. 빛이 나오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지만, 핀에게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카르텐은 빛 시스템 자체를 불신했고, 드라가는 실리를 따졌다. 핀은 둘 다 아니었다. 이 사람이 의심하는 것은 약속 자체의 이행 가능성이었다. 진심이든 아니든, 지킬 수 없는 약속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몸으로 겪은 사람이었다.
피난민 쪽에서 고함이 들렸다. 피난민 대표가 핀의 부하와 다시 충돌하고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소! 날이 밝으면 출발하겠소! 막을 거면 막아보시오!"
핀의 부하가 뒤를 돌아보며 핀에게 눈짓을 보냈다.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라는 눈이었다.
핀의 턱이 굳어졌다. 이 사람은 강제로 막을 수 없었다. 막으면 도적이 되니까. 하지만 피난민이 그대로 출발하면 정찰대와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
"저는 주먹이 아니라 입으로 싸우는 사람입니다." 내가 말했다. 핀이 나를 봤다. "검이 없는 게 약점이 아니라 방식입니다. 란델에서 법관을 꺾은 것도 검이 아니라 말이었고, 카르텐이라는 현상금 사냥꾼이 칼을 뽑았을 때 내리게 한 것도 말이었습니다. 크롬홀 자경단장 드라가와 거래를 성사시킨 것도 말이었습니다. 검은 없지만, 검이 아닌 방식으로 길을 열어온 사람입니다."
빛이 나오지 않았다.
"말로 된다는 보장은 없소." 핀이 말했다.
"없습니다. 하지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습니다. 도망치지는 않겠습니다."
빛이 나오지 않았다. 핀이 그것을 봤다.
그때 핀의 부하 한 명이 남쪽 도로 방향에서 뛰어왔다. 숨이 가빠 있었다.
"형님! 남쪽 2리 지점에서 연기가 올라옵니다. 야영 연기가 아닙니다."
핀의 눈이 좁아졌다.
"몇 곳이오?"
"두 곳입니다. 간격이 넓습니다. 순찰 중인 것 같습니다."
마왕군 정찰대였다. 핀이 말한 5~8명이 두 조로 나뉘어 도로를 순찰하고 있는 것이었다. 2리면 빠른 걸음으로 반 시진 거리였다. 내일 아침이면 이 지점까지 충분히 올 수 있었다.
핀이 남쪽을 봤다. 해가 거의 져 있었고, 도로 남쪽 끝에서 연기가 보일 듯 말 듯했다. 핀의 부하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핀을 봤다. 피난민 쪽에서도 누군가 남쪽의 연기를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레 열두 대가 이동하면 자국이 남소." 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찰대가 자국을 발견하면 따라오오. 여기서 움직이든, 크롬홀로 가든, 수레를 끌고 있는 한 발각되오."
상황이 달라졌다. 핀의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리나가 내 옆에서 말했다.
"정찰대 규모가 사실이라면 대응 가능합니다. 제가."
리나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기사의 판단이었다. 5~8명의 경무장 정찰대라면 리나 혼자로도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었다.
핀이 리나를 봤다. 검과 갑옷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봤다. 검도 갑옷도 없는 차림.
"용사라고 했소." 핀이 말했다. "용사가 정찰대한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소?"
"정찰대가 이 행렬을 발견하기 전에 크롬홀에 도착하면 됩니다. 크롬홀 성벽 안이면 정찰대가 손을 대지 못합니다."
"아까 말했소. 수레 행렬이면 하루가 걸린다고."
"그래서 핀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가 말했다. "도로를 아는 사람, 정찰대의 패턴을 아는 사람, 무장한 호위 열 명. 이것들이 있으면 피난민을 크롬홀까지 데려갈 수 있습니다."
핀이 입을 다물었다. 부하들이 핀을 보고 있었다. 뒤쪽 수레에서 핀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는 잦아들어 있었다. 잠든 것이었다.
연기가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피난민은 움직이겠다고 했다. 핀은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핀의 부하와 가족도 여기 머물 수는 없었다.
"...조건이 있소."
핀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크롬홀에 도착해서 자경단장이 우리를 잡으면, 당신이 먼저 들어가서 해결하시오. 우리는 성문 밖에서 기다리겠소. 안전이 확인되면 그때 들어가겠소."
성문 밖에서 대기. 핀이 마지막까지 보험을 걸고 있었다. 안이 위험하면 도망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부하와 가족의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건이었다.
"좋습니다."
핀이 나를 봤다. 아직 완전히 믿지는 않는 눈이었다. 하지만 남쪽의 연기가 결정을 재촉하고 있었고, 핀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출발하오." 핀이 말했다. "야간 이동은 수레가 못 버티오. 새벽에 출발해서 정오 전에 크롬홀에 닿아야 하오."
핀이 돌아서서 부하들에게 걸어갔다. 짧은 지시가 내려졌고, 부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난민 쪽으로 가서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 수레 바퀴와 짐을 점검하는 사람, 남쪽 도로를 경계하는 사람. 조직적이었다. 자경단 출신답게 지시가 내려지면 즉각 움직였다.
리나가 내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핀이라는 사람, 맹세의 팔찌가 끊어진 거 봤습니까?"
"봤습니다."
"맹세의 마나 역류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역류의 강도는 맹세의 무게에 비례합니다. 마을 하나를 지키겠다는 맹세라면..." 리나의 목소리가 조용했다. "아버지는..."
말이 끊겼다. 리나가 전방을 봤다. 이 이야기를 꺼낼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이었다.
"내일 새벽 출발이니 교대로 쉬어야 합니다." 리나가 톤을 바꿨다. "저는 후반을 맡겠습니다."
남쪽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피난민 행렬의 불빛이 도로 위에 점점이 퍼져 있었다. 내일 새벽까지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간이 충분한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