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데 입만 살았습니다
13화

새벽에 출발했다.


핀이 부하 둘을 선두와 후미에 배치했고, 나머지는 수레 행렬 양옆에 섰다. 피난민 대표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불만은 줄었지만 불안은 남아 있었다. 핀의 부하들이 무장한 채 호위하는 것이 안심이 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표정이었다.


리나가 선두에서 말을 타고 도로를 살폈다. 핀이 후미에서 남쪽을 경계했다.


수레 행렬은 느렸다. 바퀴가 돌에 걸리고, 짐이 흔들리고, 아이가 울면 멈추고. 반 시진에 1리를 채 가지 못했다. 뒤를 돌아볼 때마다 남쪽 도로가 곧게 뻗어 있었고,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불안했다. 정찰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직 출발하지 않았거나, 다른 길로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핀이 부하 한 명을 후방 1리 지점에 남겨두고 왔다. 정찰대가 접근하면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자경단 출신답게 경계 운용이 조직적이었다.


해가 높아지면서 도로 양쪽의 경작지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롬홀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피난민들 사이에서 안도의 기운이 돌았지만, 핀의 부하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정오가 되기 전에 크롬홀의 성벽이 보였다.


핀이 행렬을 멈추게 했다. 성문에서 300보쯤 떨어진 지점이었다.


"여기서 기다리겠소."


핀의 목소리가 낮았다. 부하들이 핀 뒤에 모여 섰다. 뒤쪽 수레 세 대 — 핀의 가족이 타고 있는 수레 — 가 행렬에서 빠져 도로 옆에 멈췄다. 핀이 수레 쪽을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봤다.


"피난민은 먼저 보내겠소. 우리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 있겠소."


약속대로였다. 태호가 먼저 들어가서 안전을 확인하면, 그때 들어온다.


"기다려주세요.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에서 불안이 지워지지 않았다. 자기 부하와 가족을 도로 위에 남겨두고 다른 사람의 말을 기다리는 것이 이 사람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피난민 행렬이 성문을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나와 나는 행렬과 함께 성문으로 걸어갔다. 성문의 자경단원이 수레 행렬을 보고 안쪽으로 뛰어갔다. 보고하러 간 것이었다.


피난민을 성문 안으로 인도하는 동안, 나는 리나와 함께 자경단 본부로 향했다.


드라가가 본부 2층에 있었다. 탁자 위의 지도는 어제와 같았지만, 남쪽 도로 쪽에 새로운 표시가 추가되어 있었다. 피난민 행렬이 들어왔다는 보고를 이미 받은 것이었다.


"피난민을 데려왔군." 드라가가 말했다. "무장 무리는?"


"도적이 아니었습니다."


드라가의 눈썹이 올라갔다.


"전직 자경단장입니다. 이름은 핀. 크롬홀 남쪽 델라 마을의 자경단장이었습니다. 마왕군에게 마을을 잃고 부하 열 명과 가족을 데리고 이동 중이었습니다."


"자경단장이 왜 피난민을 막고 있었소?"


"막은 게 아니라 세운 겁니다. 마왕군 정찰대가 남쪽 도로에서 활동 중입니다."


드라가의 눈이 달라졌다. 지도 위의 남쪽 도로를 봤다.


"정찰대?"


"핀의 보고에 따르면, 5명에서 8명 규모의 정찰대가 두 조로 나뉘어 도로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수레 달린 행렬을 표적으로 삼아 물자를 빼앗고 있습니다. 사흘 전에 행상단 하나가 당했다고 합니다. 크롬홀로 올라가는 보급을 차단하려는 것 같습니다."


드라가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방어 회의에서 마왕군 척후대의 흔적은 보고되었지만, 남쪽 도로의 보급 차단은 새로운 정보였다. 이 정보의 무게를 알고 있는 눈이었다.


"그 정보의 출처가 전직 자경단장이라는 거요?"


"네. 직접 도로 위에서 활동하면서 정찰대의 패턴을 관찰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드라가의 목소리가 짧아졌다. 본론을 꺼내라는 뜻이었다.


"핀과 부하 열 명의 크롬홀 편입을 요청합니다."


드라가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상한 반응이었다.


"소속 없는 무장 집단을 성 안에 들이자는 거요?"


"전직 자경단입니다. 임명장도 있습니다."


"마을이 없으면 임명장은 효력이 없소." 드라가가 말했다. 핀이 했던 말과 같았다. "마을을 잃은 자경단은 법적으로 민간인이오. 무장한 민간인 열 명을 성 안에 들이면, 자경단원들이 불안해하오. 진짜 도적이 자경단 출신이라고 사칭하면 어떻게 구별하겠소?"


드라가의 반론이 정확했다. 절차적으로 핀을 받아들일 근거가 없었다.


"드라가 단장, 방어 회의에서 병력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맞소."


"핀의 부하 열 명은 전직 자경단원입니다. 장비는 낡았지만 손질이 되어 있고, 지시가 내려지면 즉각 움직입니다. 왕실 기사인 리나 카셀이 직접 장비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리나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부단장이 확인해야 할 문제요." 드라가가 말했다. "자경단 편입은 절차가 있소. 신원 확인, 무장 검수, 지휘 체계 편입. 최소 열흘은 걸리오."


"열흘이면 늦습니다."


드라가가 나를 봤다.


"정찰대가 남쪽 도로에서 보급을 차단하고 있다는 건, 마왕군 본대의 이동이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보급을 먼저 끊고 본대가 따라오는 게 기본 전술 아닙니까?"


드라가의 눈이 좁아졌다. 군인 출신이었다. 이 논리가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눈이었다.


"핀은 남쪽 도로를 알고 있습니다. 정찰대의 규모, 패턴, 이동 경로. 이 정보는 방어 회의에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열흘 뒤에 절차를 밟아서 받는 것과, 오늘 당장 정보와 병력을 얻는 것 중에 어느 쪽이 크롬홀에 도움이 됩니까?"


드라가가 5초쯤 침묵했다. 탁자 위의 지도를 봤다. 남쪽 도로, 서쪽 30리의 척후대 표시, 크롬홀의 성벽.


"핀이라는 사람이 진짜 자경단장이었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오?"


"임명장이 있습니다. 자경단 직인이 찍힌 금속판입니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지만 직인은 선명합니다."


"임명장은 위조가 가능하오."


"맹세의 팔찌가 끊어져 있습니다."


드라가의 표정이 변했다. 미세했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끊어져 있다고?"


"마을이 떨어졌을 때 끊어졌다고 합니다. 마나 역류로 사흘 동안 피를 토했다고."


드라가가 입을 다물었다. 맹세의 팔찌는 위조할 수 없었다. 맹세를 하면 마나가 깃들고, 맹세를 지키지 못하면 끊어진다. 끊어진 팔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맹세를 했다는 증거였고, 그 맹세가 깨졌다는 증거였다.


"맹세의 팔찌가 끊어진 자경단장이라..." 드라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흉터 위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임명장과 끊어진 팔찌. 둘 다 있으면 위조가 아닙니다. 진짜 자경단장이었고, 맹세를 지키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도적이 됐겠습니까, 아니면 다시 지킬 곳을 찾고 있겠습니까?"


드라가가 나를 봤다. 10초쯤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맹세가 깨진 자경단장을 받으면, 다른 자경단원들이 어떻게 보겠소?"


"맹세가 깨진 게 아니라 마을이 떨어진 겁니다. 마왕군한테. 크롬홀 자경단원들도 그걸 모르지 않을 겁니다. 자기들도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


드라가의 시선이 창밖으로 갔다. 성벽 위를 순찰하는 자경단원이 보였다. 3초쯤 창밖을 보다가 돌아섰다.


"핀이라는 사람을 데려오시오."


거래 성립이었다. 하지만 드라가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덧붙였다.


"조건이 있소. 편입이 아니라 임시 배속이오. 부단장 지휘 하에 넣겠소. 무장은 유지하되, 독자 행동은 금지요. 열흘 안에 정식 편입 절차를 밟든, 아니면 나가든 결정하시오."


임시 배속. 정식 편입보다 낮지만, 성 안에서 무장을 유지하고 자경단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핀에게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건 없소." 드라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찰대 정보가 가치가 있으니 받는 거요. 정보가 틀리면 그때는 다르오."


본부를 나와 성문으로 향했다. 걸음이 빨라졌다. 핀이 성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하와 가족을 도로 위에 남겨둔 채.


성문을 나서자 핀이 보였다. 부하 열 명과 수레 세 대가 도로 옆에 있었다. 핀이 성문 쪽을 보고 있었고, 내가 나오는 걸 보자 몸이 굳는 게 보였다.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읽으려는 눈이었다.


"들어와도 됩니다."


핀의 어깨가 내려갔다. 미세한 변화였지만, 이 사람에게는 큰 것이었다. 뒤에 있던 부하 한 명이 "형님!" 하고 불렀고, 다른 부하가 뒤쪽 수레의 가족에게 뛰어가서 뭔가를 말했다. 수레에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일어서는 게 보였다.


"조건이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임시 배속입니다. 부단장 지휘 하에 들어가고, 독자 행동은 금지입니다. 열흘 안에 정식 편입이나 퇴거를 결정해야 합니다."


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오."


핀이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레가 성문을 향해 굴러갔다. 핀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멈췄다.


"한 가지 더 전할 게 있소."


"뭡니까?"


"남쪽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소." 핀이 목소리를 낮췄다. "마왕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소문이오. 마왕군 병사 중에 '마왕님은 원래 이러지 않았다'고 하는 자가 있었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소."


마왕이 만들어졌다. 기억해둘 필요가 있었다.


핀이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부하들과 가족이 뒤따랐다. 성문의 자경단원이 핀의 무장을 보고 긴장했지만, 안쪽에서 부단장이 나와 "임시 배속이다"라고 한마디 하자 길을 열어줬다. 드라가가 이미 지시를 내려놓은 것이었다.


핀의 수레가 성문을 통과할 때, 수레 위의 아이가 성벽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말했다. 멀어서 들리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여자가 아이를 안으며 웃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리나가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약속을 지켰군요."


"아직 임시 배속입니다. 정식 편입까지는 열흘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리나가 성문 안쪽을 봤다. 핀의 부하가 수레를 끌고 성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검도 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칭찬이었다. 리나 카셀이 하는, 리나 카셀 방식의 칭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