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답이 보였다.
법관의 해석권은 왕실의 위임이다. 위임은 직접 권한보다 하위에 있다. 왕은 나에게 직접 언약을 했다. "마왕을 쓰러뜨리면 돌려보내주겠다." 문제는 이 언약과 란델의 경작권을 연결하는 고리였다.
밤새 생각했더니 고리가 보였다.
리나가 이미 일어나 있었다. 검을 닦고 있었는데, 내가 일어나자 손을 멈추고 봤다.
"방법을 찾았습니까?"
"네. 하나만 확인하겠습니다. 왕실 기사가 공식적으로 발언하면, 그건 왕실의 입장으로 간주됩니까?"
리나가 잠시 생각했다.
"임무 중에 한 발언은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왕실 호위 임무 중이니까, 공식 발언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럼 당신이 한 말에는 법적 효력이 있겠군요."
"왕실 기사의 공식 발언에는 법관의 해석과 동등한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위일 수도 있고요."
내가 웃었다. 리나의 눈이 좁아졌다.
"뭐가 웃깁니까?"
"어제 법관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세요? '여행자의 의견으로는 판결을 바꿀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행자의 의견은 안 되지만, 왕실 기사의 공식 발언은 됩니다."
리나가 검을 칼집에 넣으며 나를 봤다.
"제가 뭘 말하면 됩니까?"
"사실만 말하면 됩니다. 세 가지입니다."
나는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
"하나, 저 사람이 300년 만에 소환된 용사입니다. 둘, 왕이 이 용사에게 직접 언약을 했습니다. 셋, 이 용사의 여정을 방해하는 행위는 왕의 언약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셋째가 문제입니다." 리나가 말했다. "법관의 경작권 회수가 어떻게 용사의 여정을 방해합니까? 연결이 안 됩니다."
"연결은 제가 만듭니다."
리나의 눈이 경계와 호기심 사이에서 흔들렸다.
"거짓말로요?"
"네. 근데 빛은 안 나올 겁니다."
리나가 3초쯤 나를 봤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사실 세 가지만 말하면 되는 거죠?"
"그것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제가 합니다."
광장에 나가니 법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탁자, 같은 서류 뭉치, 같은 호위 둘. 인장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오늘의 첫 번째 차례가 다가가고 있었다. 6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였는데, 등이 심하게 굽어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옆에 손자로 보이는 소년이 할머니의 팔을 잡고 있었다.
"잠깐."
내가 광장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법관이 올려다봤다. 어제의 여행자를 알아보는 눈이었다.
"또 왔소?"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어제처럼 흥미로워하면서도 결과에 확신이 있는 표정이었다.
"어제 하다 만 얘기가 있어서요."
"어제 결론이 났소. 해석권은 법관에게 있다고."
"그래서 오늘은 해석권이 있는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법관의 눈썹이 올라갔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리나가 광장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갑옷에 망토를 걸치고, 검을 등에 맨 차림이었다. 아침 햇살이 은발에 가까운 머리카락에 비쳤다.
리나가 한 걸음 나섰다.
"리나 카셀. 왕국 기사단 소속, 왕실 호위 임무 수행 중입니다."
목소리가 단단하고 깨끗했다. 법관의 호위 둘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기사단의 이름에 반응하는 몸이었다.
법관의 표정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여유가 한 겹 벗겨지고, 그 아래 계산이 올라왔다.
"왕실 기사가 왜 이 자리에?"
"이 사람은 서약의 탑이 소환한 300년 만의 용사입니다."
리나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손등에서 빛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광장에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용사?" "300년 만에?" 속삭임이 번졌다.
법관이 나를 다시 봤다. 어제의 여행자가 용사였다는 사실을 처리하는 데 2초가 걸렸다.
"용사라고?"
"왕이 이 용사에게 직접 언약을 하셨습니다." 리나가 이었다. "'마왕을 쓰러뜨리면 돌려보내주겠다.' 왕의 직접 언약입니다."
리나의 손등에서 빛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법관의 눈이 리나의 손등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래서?"
아직 여유가 남아 있었다. 용사든 뭐든, 경작권과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내 차례였다.
"법관님, 왕의 직접 언약은 법관의 위임된 해석권보다 상위에 있습니까, 하위에 있습니까?"
법관이 입술을 핥았다.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었겠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법리를 모른다는 뜻이 된다.
"상위에 있소. 왕의 직접 언약은 위임 체계의 최상위입니다."
"그럼 왕의 직접 언약을 이행하는 용사의 여정을 방해하는 행위는 왕의 언약을 방해하는 것과 같겠지요?"
"...무슨 뜻이오?"
"이 마을의 경작권을 회수하면, 농민들이 먹고살 수 없게 됩니다. 먹고살 수 없는 마을에서는 보급품을 구할 수 없습니다. 보급품을 구할 수 없으면 용사의 여정이 지연됩니다. 용사의 여정이 지연되면, 왕의 언약 이행이 방해받습니다."
법관의 눈이 좁아졌다.
"그건 억지요. 한 마을의 경작권과 용사의 여정은 직접적 인과관계가 —"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왕의 언약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왕실 기사가 공식적으로 제지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까, 리나 기사?"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실 호위 임무 중 용사의 여정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 왕실 기사는 공식적으로 중지를 요청할 권한이 있습니다."
손등에서 빛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법관의 얼굴이 굳었다. 여유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건... 이건 해석의 확대적용이오. 경작권 회수가 용사의 여정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간접적이며 —"
"법관님."
나는 한 걸음 나섰다. 톤을 바꿨다. 어제와 달리, 여유를 넣었다.
"법관님의 해석도 확대적용 아니었습니까? '내 땅'에서 '내'가 화자 개인만을 가리킨다는 해석, '빚을 갚을 수 있는 한'이 올해만을 뜻한다는 해석, 전부 확대적용이었잖습니까. 확대적용이 안 된다고 하시려면, 어제 찍은 도장부터 무효입니다."
법관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호위 둘이 서로를 봤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목소리를 낮췄다. 법관의 귀에만 들리게.
"용사의 여정을 방해한 관리가 있다는 보고가 왕도에 올라가면, 법관님의 위임 자체가 재검토됩니다. 왕이 직접 언약한 용사에게 불이익을 준 법관을 왕실이 어떻게 볼지, 법관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법관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인장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사람은 영주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마을을 돌고 있었다. 영주에게 잘 보이려 하는 하급 관리였다. 그런 사람에게 왕도에서의 재검토는 직업적 위기였다.
"이 사람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야겠소."
법관이 리나를 봤다. 마지막 시도였다.
"왕실 기사로서, 이 사람이 진짜 용사라는 것을 맹세할 수 있소?"
리나가 앞으로 나섰다. 등에 맨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맹세의 서. 이 사람은 서약의 탑이 소환한 300년 만의 용사이며, 왕이 직접 언약을 하신 존재입니다."
리나의 손등이 빛났다. 금빛에 가까운, 안정적인 빛이었다. 맹세에 마나를 건 것이다. 왕이 옥좌실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종류의 빛이었다.
법관의 안색이 하얘졌다. 맹세의 서에 마나를 건다는 건 목숨을 거는 것과 같았다. 거짓이면 마나 역류로 죽을 수도 있다. 그걸 건 사람의 말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광장이 술렁거렸다. 마을 사람들이 리나의 빛나는 손등을 보고 있었다. 어제까지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사람들의 눈이 달라져 있었다.
법관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인장을 탁자에 놓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오늘의 검증은 보류하겠소."
"보류가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어제 찍은 도장도 재검토 대상입니다. 왕실 기사가 공식적으로 중지를 요청한 이상, 어제의 경작권 회수도 유효하지 않습니다."
법관의 이가 갈렸다. 하지만 반박할 논리가 없었다. 자기가 써먹던 해석권의 상위에 왕실 직접 권한이 있고, 그 권한의 대리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
"이 건은 영주에게 보고하겠소."
"보고하셔도 됩니다. 왕실 기사의 공식 요청을 무시한 건 법관님이니까, 보고할 때 그것도 같이 적어야 할 겁니다."
법관이 서류를 거칠게 접어 넣었다. 인장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호위 둘이 따라 일어서며 주변을 경계했지만, 위협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물러서며 길을 열었는데, 어제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법관이 광장을 떠났다.
3초쯤 뒤에 소리가 터졌다. 할머니 옆에 서 있던 소년이 먼저 박수를 쳤고, 그 뒤로 한 명, 두 명, 광장 전체가 웅성거렸다. 아이를 업은 여자가 다가오며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깊이 숙였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어제 산적 때와 비슷했는데, 이번에는 떨림의 종류가 달랐다. 안도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닌, 뭔가 다른 것이었다.
리나가 내 옆에 섰다. 맹세의 서를 해제했는지 손등의 빛이 사라져 있었다.
"사실만 말하면 된다고 했는데."
"사실만 말씀하셨잖아요."
"맹세의 서까지 쓸 줄은 몰랐습니다."
리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소라고 하기엔 짧았지만, 이 사람의 얼굴에서 본 첫 번째 긍정적인 표정이었다.
"당신이 말로 싸우겠다고 해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한 겁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둔해지는 건 처음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가와 고맙다는 말을 했다. 어제 팔을 잡아줬던 농부가 물을 가져왔고,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솔직히 기분이 이상했다.
산적을 넘기고 겔투스를 설득한 건 내 이익을 위해서였다. 살기 위해, 장비를 얻기 위해.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건 내 이익과 관계없는 일이었다. 왜 끼어들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리나가 말에 짐을 싣고 있었다. 출발 준비를 하면서 나를 봤다.
"크롬홀까지 하루입니다. 출발하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을 떠났다. 등 뒤에서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게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지금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도로를 걷는데, 리나가 한참 뒤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잖아요. 경작권 회수가 용사의 여정을 방해한다는 것, 보급품을 구할 수 없다는 것, 전부요."
"네."
"근데 빛은 안 나왔고."
"네."
리나가 전방을 보며 걸었다. 3초쯤 침묵이 흘렀다.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게 경멸인지, 인정인지, 뭔지 모르겠는 어조였다. 하지만 어제까지의 리나와는 다른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