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가 더 지났다.
통행증은 만료됐다. 넷째 날 아침에 날짜를 확인하고 접어서 가방 안쪽에 넣었다. 효력이 없어진 종이였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 로하르의 인장이 찍힌 것은 여전히 쓸 데가 있을 수 있었다. 만료된 통행증이라도 인장은 진짜니까.
그 사이 식량이 두 번 바닥났다. 한 번은 남편이 산에서 캐온 나물로 넘겼다. 두 번째로 바닥났을 때는 숲에서 직접 먹을 것을 찾았다. 노인의 밭에서 캤던 감자와 비슷한 것이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었고, 여자가 "먹어도 되는 거요"라고 확인해준 것을 파서 가져왔다. 독초와 식용의 구분을 여자에게 배웠다. 이 세계에서 새로 배우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
리나는 날마다 달라졌다.
넷째 날에 벽 없이 앉았다. 다섯째 날에 팔로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엿새째 날에 농가 안을 세 걸음 걸었다. 옆구리를 잡고, 벽을 짚으며, 느리게. 하지만 걸었다. 이레째 날에 문 밖에 나갔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눈을 감았다. 일주일 만의 햇빛이었다. 여드레째인 오늘은 농가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느렸지만 쉬지 않고.
도란초는 사흘분이 다 떨어진 뒤에도 여자가 곰취를 끓여 대신 올려줬다. 뼈에는 효과가 없다고 했지만, 부종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멍이 갈색에서 누런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검은 아직 들지 못했다. 팔을 올리면 옆구리가 잡아당기는 것이 보였다. 뼈가 붙었지만, 힘을 쓰면 안 되는 단계였다. 리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틀이면 검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리나가 말했다. 농가 문 앞에 서서 남쪽을 보고 있었다. 마왕성의 윤곽이 하늘에 걸려 있었다.
"무리하면 안 됩니다."
"무리가 아닙니다. 몸이 알려주는 겁니다."
수색대는 사흘 전에 한 번 더 지나갔다. 농가 앞이 아니라 동쪽 능선이었다. 여자의 남편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갑옷 소리를 듣고 돌아왔다. "네다섯 명이오. 동쪽으로 갔소." 남편의 말은 짧았지만 정확했다. 농가까지 오지는 않았다. 한 번 확인한 곳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내 예측이 맞은 것인지, 수색 경로가 달라진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같았다.
닷새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노인에게 갈 수도 없고, 통행증이 만료되어 멀리 나갈 수도 없었다. 농가 주변의 숲에서 먹을 것을 찾고, 리나의 도란초를 대체할 곰취를 끓이고, 화덕에 불을 유지하는 것이 하루의 전부였다. 오늘 노인에게 갈 것이었다.
리나에게 말했다.
"노인에게 다시 갑니다."
리나가 나를 봤다. 반대하지 않았다.
"뭘 물으러 갑니까?"
"탑에 대해서. 그리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세요."
하지만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개울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다. 닷새 만에 걷는 이 길이 달라져 있었다. 숲의 색이 조금 깊어졌고, 개울의 수위가 올라가 있었다. 비가 왔기 때문이었다. 진흙의 군화 발자국도 비에 씻겨 사라져 있었다. 새 발자국은 없었다. 수색대가 이 경로에서 물러난 것 같았다.
돌담이 보이고, 약초밭의 풀이 닷새 사이에 자라 있었다. 움막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불을 다시 피운 것이었다. 노인도 수색대가 물러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밭 가장자리에 서서 불렀다.
"저입니다."
잠시 후 가죽 커튼이 열리고 노인이 나를 보았다. 놀라지 않은 채 올 줄 알았다는 것이 눈에서 읽혔지만, 닷새 전의 긴장은 없었고 어깨가 내려와 있었다.
"들어오시오."
처음이었다. 움막 안으로 초대받은 것이.
움막 안은 한 사람이 눕기에 딱 맞는 크기로 좁았고, 한쪽에 나무 선반이 있었다. 선반에 약초 묶음과 말린 뿌리가 빼곡했는데, 그 사이에 가죽으로 감싼 낡은 책이 세 권 있었다. 등이 갈라지고 모서리가 닳은 것이 수십 년을 읽고 또 읽은 흔적이었다. 이 산속 움막에 책이 있었다.
노인이 화덕 옆에 앉자 나도 맞은편에 앉아 좁은 공간에서 마주했다.
노인이 물을 끓이며 약초를 넣었다. 도란초가 아닌 다른 풀이었는데, 연한 황색 물이 되자 나무 컵에 따라 건네줬다. 따뜻하고 쓰지 않은, 차에 가까운 맛이었다.
"노르도."
노인이 말했다. 갑자기.
"그게 유적에서 본 이름이오?"
심장이 빨라졌다. 노인이 먼저 꺼낸 것이었다. 내가 묻기 전에. 닷새를 기다린 사이에 이 사람도 준비를 한 것이다.
"네. '탑의 관리자 노르도'라고 새겨져 있었습니다."
노인이 컵을 내려놓았다. 화덕의 불빛이 주름진 얼굴 위에서 흔들리며 깊어 보이게 했다. 이 사람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던 것을.
"50년 전이오."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낮고, 느리고, 무거웠다. 약초를 팔 때의 실용적인 톤도, 수색대를 경계할 때의 날카로움도 아닌, 오래 묻어둔 것을 꺼내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탑의 관리자라는 것이 있었소. 서약의 탑을 유지하고, 언약 체계를 관리하는 사람들. 여럿이었소. 내가 가장 막내였소."
노인이 나를 봤다. 칠십이 넘은 사람이 아니라, 50년 전의 기억 속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동료들이... 숙청당했소."
숙청. 이 단어가 움막 안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탑의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위험해졌소. 탑이 순환을 만든다는 것을, 마왕을 만들고, 용사를 부르고, 300년마다 반복하게 한다는 것을. 유적에서 본 비문이 그것이오. 그것을 알게 된 관리자들이 하나씩 사라졌소. 처음에는 사고처럼 보였소. 절벽에서 떨어졌다, 숲에서 실종됐다. 하지만 셋째가 사라졌을 때,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았소."
노인의 손이 컵을 감싸고 있었다. 떨리지는 않았지만,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도망쳤소."
침묵이 내려앉았다. 화덕의 불이 타닥 소리를 냈다. 도망쳤다. 동료들이 죽어가는 동안, 이 사람은 도망쳤다. 50년 동안 이 산속에 숨어서 약초를 캐며 살았다. 탑의 관리자가 약초꾼이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에서 감자를 키우고 있었다.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노르도 선생님이십니까?"
물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입에서 나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 호칭이 맞았다.
노인이... 노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느리게. 눈이 젖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 느린 끄덕임에 50년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오래간만에 듣는 이름이오. 스스로 말한 것은 더 오래됐소."
움막 안이 조용했다. 차의 김이 올라오는 사이로 밖에서 바람 소리가 지나가고, 돌담 너머 약초밭의 풀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차가 식어가자 노르도가 다시 물을 끓이며 약초를 집어 넣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