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데 입만 살았습니다
27화

농가에 돌아왔을 때 해가 져 있었다.


하루 종일 걸었다. 왕복으로 산길을 걸은 것은 처음이었고, 다리가 풀려서 문 앞에서 잠시 주저앉았다. 무릎의 까진 상처가 쓸렸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겔투스 가방 안에 도란초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걸은 보람이 있었다.


문을 열자 농가 안에 화덕 불이 켜져 있었다. 여자가 화덕 옆에 앉아 뭔가를 꿰매고 있었고, 리나는 담요 위에 누워 있었다. 구석에는 여자의 남편이 돌아와 앉아 있었다. 마른 체격에 과묵한 인상이었고, 나를 보고 고개만 까딱했다. 여자에게서 상황을 들은 것 같았다. 리나의 옆에는 물그릇이 놓여 있었는데, 여자가 돌봐준 것이었다.


리나의 눈이 감겨 있었지만, 문 여는 소리에 떴다. 나를 보고, 미세하게 힘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어깨가 내려가고, 손이 검 쪽으로 가던 것이 멈췄다.


"구했습니다."


도란초를 꺼내 보여줬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입가가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여자가 도란초를 받아 끓이는 것을 도왔다. 물을 끓이고, 도란초를 잘게 잘라 넣었다. 초록빛이 물에 퍼지면서 풀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쓰고 진한 냄새였다. 노인이 말한 대로 천에 적셔서 환부에 대면 됐다.


리나의 옆구리를 드러냈다. 갑옷을 벗긴 자리, 천으로 감아둔 것을 풀었다. 어제 본 보라색 멍이 더 짙어져 있었다. 멍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기도 했다. 가장자리가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는데, 여자가 옆에서 보더니 "멍이 퍼지는 건 나쁜 건 아니오. 피가 빠지는 거요"라고 말했다.


도란초를 적신 천을 멍 위에 올려놓았다. 리나가 숨을 참았다.


"괜찮습니까?"


"뜨겁습니다. 근데... 안쪽까지 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안쪽까지 가는 느낌. 약효가 있다는 뜻이기를 바랐다. 하루 세 번, 사흘이면 뼈가 붙기 시작한다고 노인이 말했다. 사흘. 그동안은 여기서 기다려야 했다.


여자가 끓여준 것은 이번에는 무죽이었는데, 따뜻하고 묽어서 부상자에게 맞는 음식이었다.


리나에게도 먹일 수 있었다. 의식이 있으니까. 리나가 죽을 받아 천천히 먹었다. 삼키는 동작이 조심스러웠다. 옆구리가 아프면 숨 쉬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먹는 것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 먹었다. 그릇을 내려놓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여자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약했지만, 예의는 챙겼다.


밤이 깊어지며 바깥에서 벌레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안쪽 방으로 들어가고 리나와 나만 남았다. 화덕의 불이 약하게 타며 불빛이 리나의 얼굴 위에서 흔들렸는데, 낮보다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노인을 만났습니다."


남쪽 골짜기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다.


리나가 천장을 보며 들었다.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정보를 처리하고 있었다.


"뭘 보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까?"


"내 몸 위에서 시선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뭘 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리나가 잠시 침묵했다.


"마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나장을 읽는 것이죠. 기사단에도 몇 명 있었습니다. 마나의 흐름을 보고 상대의 적성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사람들이죠."


마나를 본다. 그렇다면 노인이 내 몸에서 멈춘 시선은 마나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나를. 적성 최하위의 마나를. 거짓말을 해도 빛이 나지 않는 [언약 밖의 혀]의 마나를. 노인이 그것을 알아챘다면, 내가 이세계인이라는 것도 알았을 수 있었다.


"마나를 보는 사람이 약초꾼으로 산속에 숨어 사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합니다."


리나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든... 도란초를 줬고, 해치지 않았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리나가 회복되면 그 노인을 다시 찾아가야 할 수도 있었다.


도란초를 다시 적셔서 리나의 옆구리에 올려놓았다. 두 번째. 오늘은 두 번이 한계였다. 밤이 늦었으니까. 내일부터 하루 세 번. 사흘이면 뼈가 붙기 시작한다. 열흘이면 움직일 수 있다. 그때까지 여기서 버텨야 했다. 돈도 없고, 식량도 바닥나고 있었지만.


말이 밖에 묶여 있었다. 내일 여자에게 말을 맡기고 식량을 구해와야 했다. 아니면 숲에서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약초꾼 노인이 밭에 식물을 키우고 있었으니,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갈 체력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용사님."


리나가 말했다. 천장을 보는 채로.


"네."


"어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합니다."


"기억합니다."


리나가 잠시 멈췄다. 화덕의 불빛이 얼굴 위에서 흔들렸다. 이 사람은 다음 말을 고르고 있었다.


"취소하지 않겠습니다."


그것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벨카 앞에서와는 다른 이유로. 그때는 공포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거짓말쟁이가 진심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화덕의 불이 줄어들어 장작을 하나 더 넣자 불이 살아나면서 방이 따뜻해졌다. 나무가 타는 냄새와 도란초의 쓴 냄새가 섞여 있었다. 리나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잠이 든 것이었다.


리나 옆에 앉아서 밤을 새웠다.


새벽에 잠이 들었다가 소리에 깼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발소리. 무겁고 규칙적인, 군인의 걸음이었다. 갑옷의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세 명 이상.


리나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눈이 날카로운 것으로 보아 소리를 먼저 들은 것이었다. 안쪽 방에서 나온 여자가 창문 쪽을 보며 얼굴이 굳어 있었다.


문이 두드려졌다.


"마왕군 수색대요. 문을 여시오."


심장이 빨라졌다. 익숙한 박동이었다. 거짓말을 해야 할 때의 박동.


리나를 보았다. 리나가 나를 보고 있었다. 검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갑옷도 벗긴 채로,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사람의 눈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초조함이 있었다.


리나의 검을 담요 아래에 밀어 넣었다. 갑옷은 이미 구석에 치워둔 상태였다. 고개를 저었다. 리나가 싸울 수 없다면 내가 싸워야 했다. 내 방식으로.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