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이 좁아지고 있었다.
강을 건넌 뒤 남쪽으로 반나절을 걸었다. 도로를 피해 숲으로 들어왔는데, 갈수록 나무가 빽빽해지고 바닥에 덤불이 올라와 있었다. 말이 발을 헛디딜 뻔했다. 리나가 앞에서 검으로 덤불을 치며 길을 내고 있었다. 기사가 낫질하는 모양새였다.
"도로로 나가는 게 빠르긴 합니다."
내가 말했다. 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야영지를 지나왔습니다. 도로에서 우리를 본 병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또 보이면 의심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통행증이 있어도 너무 자주 눈에 띄면 안 됐다.
해가 지기 전에 작은 골짜기를 찾았다. 바위 사이에 틈이 있어서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 물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개울이 있었다. 야영지로 나쁘지 않았다.
불은 피우지 않았다. 마른 빵과 고기를 나눠 먹었다. 식량이 줄고 있었다. 크롬홀에서 받은 닷새 치 중 나흘이 지났다. 내일이면 바닥이었다. 남쪽으로 가면 마을이 있을 것이고, 통행증이 있으니 식량을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은이 많지 않았다.
리나가 검을 닦고 있었다. 어두운 골짜기에서 칼날이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규칙적인 동작이었다.
"리나 씨."
"네."
"아까 그 병사 말, 마왕이 원래 학자였다는 거. 들었습니까?"
리나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마왕은 마왕입니다. 원래 뭐였든."
단호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었다.
"만약 마왕이 자발적으로 마왕이 된 게 아니라면요?"
리나의 손이 멈췄다. 천이 칼날 위에 놓여 있었다.
"무슨 뜻입니까?"
"크롬홀 성벽에서 마법진을 봤습니다. 노르도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탑의 인장'이라고 했습니다. 핀은 '마왕이 만들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고. 만약 마왕이 선택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면?"
리나가 나를 봤다. 어둠 속에서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마왕군은 사람들을 징발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든 없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바뀌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알면... 끝내는 방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나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천에 싸서 옆에 놓았다. 하지만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어제까지와 달랐다. 앉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용사님."
"네."
"크롬홀에서 거짓말로 마을을 지켰을 때. 떨렸습니까?"
떨렸냐고. 떨렸다. 성벽 위에 서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적성 최하위가 성벽 위에 올라가 300명을 상대하는 척을 하고 있었으니까.
"많이 떨렸습니다."
"다리에서도요? 오늘?"
"오늘은... 좀 덜 떨렸습니다."
리나가 미세하게 웃었다. 웃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지만, 입가가 움직인 것은 확실했다.
"익숙해지는 겁니까? 거짓말에?"
"거짓말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상황에 익숙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심장은 빨라집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를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대신 개울 쪽을 보며 말했다.
"그 귀족은 거짓 서약을 하면서 심장이 빨라졌을까요."
리나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크롬홀 이후 처음이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느꼈어도 안 느꼈어도, 속인 쪽이 잘못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리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머리로는요."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별이 나오고 있었다. 이 세계의 하늘은 지구와 달랐다. 별자리가 없었다. 아니, 있을 텐데 내가 모르는 것이었다. 여기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이 별들이 익숙할 것이다. 리나에게도.
개울 소리가 고요했다. 리나가 옆에 앉아 있었고, 별이 나오고 있었고, 바람이 차갑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잠이 들기 전에 리나가 말했다.
"내일 남쪽으로 더 가면 산길이 나옵니다. 핀의 약도에 마을이 하나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식량을 구해야 합니다."
"네. 그리고 남쪽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리나가 말한 '남쪽 상황'은 마왕군의 배치를 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리나가 이미 주변을 정찰하고 돌아와 있었다.
"동쪽에 도로가 있습니다. 수레가 지나간 흔적이 있는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가요?"
"수레 자국이 아니라 말발굽 자국입니다. 한 필. 빠르게 달린 흔적입니다."
말 한 필이 빠르게 달린 흔적. 보급 수레가 아니었다.
"방향은요?"
"북쪽에서 남쪽으로."
우리와 같은 방향이었다. 누군가가 남쪽으로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
짐을 챙기고 출발했다. 산길로 접어들어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나무가 활엽수에서 침엽수로 바뀌고 공기가 차가워졌다.
점심 무렵에 작은 마을이 나왔다. 핀의 약도에 표시된 곳이었다.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산기슭의 작은 촌락. 집이 열두 채 정도 보였고, 밭이 마을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연기가 몇 채의 굴뚝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마왕군의 흔적은 없었다. 산길 안쪽까지는 점령이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을 입구에서 노인 하나가 밭을 일구고 있었다. 다가가서 물었다.
"남쪽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까?"
노인이 올려다봤다. 리나의 검을 보고 잠시 경계하더니, 내 겔투스 가방과 상인 차림을 보고 긴장을 풀었다.
"산길로 이틀이오. 근데 요즘 가는 사람이 없소."
"왜요?"
"이틀 전에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갔소. 키가 크고, 창을 들고 있었소. 혼자였는데, 마을 사람들한테 물었소. 북쪽에서 온 사람을 못 봤냐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검은 갑옷에 창을 든 사람이 혼자 다니며 북쪽에서 온 사람을 찾고 있다.
리나의 손이 검 손잡이로 올라갔다.
"그 사람이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목소리를 평온하게 유지하려고 했지만, 잘 됐는지 모르겠다.
"용사를 찾고 있다고 했소."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용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 눈이... 무서웠소. 안 봤다고 했더니 그냥 갔소."
리나가 나를 봤다. 눈이 달라져 있었다. 이 사람이 긴장하는 것을 처음 봤다.
"벨카."
리나가 나직이 말했다. 이름을 아는 것 같았다.
"아십니까?"
"이름만. 마왕군 장수 중에 검은 갑옷에 창을 쓰는 자가 있다는 건, 기사단에서 들었습니다. 마왕군에서 가장 강한 자."
"방향이 반대입니다."
리나가 말했다. 벨카는 이틀 전에 남쪽으로 갔다.
"돌아갑니까?"
돌아갈 수는 없었고, 남쪽으로 가야 했다.
"도로를 피합니다. 벨카가 도로를 따라 찾고 있다면, 숲길과 산길로 우회하면 마주칠 확률이 줄어듭니다."
"확률이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말을 멈췄다. 리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마왕군 300명을 속인 적이 있습니다. 한 명쯤은... 어떻게든 됩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빛은 나오지 않았다.
리나가 웃지 않았다. 하지만 검 손잡이에서 손을 내렸다.
"가죠."
두 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