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회의는 다음 날 아침, 본부 2층에서 열렸다.
드라가가 탁자 위의 지도를 짚었다. 어제 핀이 보고한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남쪽 정찰대 철수, 서쪽 척후대와 합류, 합류 인원 약 30명. 본대 전위 200에서 300명.
"상황을 정리하겠소." 드라가가 말했다. "마왕군 합류부대가 남서쪽에 있고, 본대 전위가 뒤따르고 있소. 빠르면 닷새, 느리면 열흘이라 했소."
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병력은 자경단 40명에 핀의 부하 10명. 합쳐서 50명이오." 드라가가 탁자를 두드렸다. "성벽 높이 세 길, 수리 필요 구간 세 곳. 화살은 200발 남짓이오."
숫자가 나열되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부단장이 팔짱을 끼고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핀은 서쪽 척후대 표시를 응시했다. 리나가 내 옆에서 검 손잡이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50 대 300. 정면으로는 답이 없었다.
"성벽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됩니까?" 내가 물었다.
드라가가 잠시 생각했다.
"정면 공성이면 이틀은 버틸 수 있소. 하지만 세 곳을 동시에 치면 반나절이오."
반나절. 50명이 세 곳을 지키려면 한 곳에 17명도 안 됐다.
"싸워서 이길 수 없으면." 내가 말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면 됩니다."
드라가가 나를 봤다. 눈이 좁아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시오."
"마왕군 본대 전위가 크롬홀을 칠지 우회할지를 결정하는 건 지휘관입니다. 지휘관은 숫자가 아니라 계산으로 판단합니다. 이겨도 병력 절반을 잃으면 다음 목표를 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보여주면 됩니다."
"원하는 정보?"
"공격하면 대가가 크다는 정보. 방어가 철저하고, 왕실 용사가 지키는 도시라는 정보입니다. 여기를 치면 손해라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드라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사람은 군인이었다. 적이 오면 싸우는 쪽이었다. "속임수로 300명을 돌리자"는 말이 직감에 맞지 않는 것이 얼굴에 보였다.
"속임수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속이지 않으면 싸워야 합니다. 50명으로 300명을 정면으로 막을 수 있습니까?"
드라가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부단장이 팔짱을 풀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성벽 위에 병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겠다는 건 알겠소. 근데 정찰대가 한 바퀴만 돌면 실제 병력이 50명이라는 걸 알게 되오. 그 다음에는?"
정확한 반론이었다. 겉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세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내가 말했다. "첫째, 교대 간격을 짧게 합니다. 같은 자경단원이 갑옷을 갈아입고 30분마다 다른 구간에 나타나면, 멀리서 보면 인원이 두 배 이상으로 보입니다."
드라가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둘째, 남쪽 성벽에 깃발과 창을 세웁니다. 사용하지 않는 방패도 흉벽에 걸어놓으면 방어 진지가 촘촘하게 보입니다."
"깃발은 대장간에서 만들 수 있소." 부단장이 말했다. 반론을 했지만 실무는 실무였다.
"셋째." 리나를 봤다. "용사가 직접 성벽 위에 섭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300년 만에 소환된 용사가 성벽 위에 서 있는데, 공격하겠다는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었다.
핀이 입을 열었다.
"마왕군은 보급선을 중시하오. 정찰대가 남쪽 도로에서 보급 차단부터 한 게 그 증거요. 크롬홀을 치는 것보다 우회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면, 그쪽을 택할 가능성이 있소."
남쪽 도로에서 마왕군의 행동 패턴을 직접 본 사람의 말이었다. 드라가가 핀을 봤다.
"용사가 성벽에 서는 건 좋소." 드라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합류부대가 접근전을 선택하면, 성벽 위의 용사가 첫 번째 표적이오."
"알고 있습니다."
드라가가 나를 들여다봤다. 검도 못 쓰는 사람이 성벽 위에 서겠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눈이었다. 하지만 50명으로 300명을 막을 방법이 이것뿐이라는 계산도 같이 하고 있었다.
"...해봅시다." 드라가가 일어섰다. "자경단 전원 소집이오. 성벽 배치 계획을 짜시오. 깃발은 대장간에서, 창과 방패는 무기고에서 빌려오시오."
회의가 끝나고 준비가 시작됐다. 대장간에서 깃발대 열두 개를 만들었고, 무기고에서 쓰지 않는 창과 방패를 꺼냈다. 핀이 교대 순찰표를 짰다. 30분 간격으로 성벽을 도는 조를 4개로 나누어, 같은 사람이 갑옷을 바꿔 입고 다른 구간에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점심 무렵 남쪽 성문이 소란스러워졌다.
"핀 자경단장의 정찰원입니다. 급보입니다."
정찰원은 핀의 부하 중 하나였다. 옷이 땀에 젖어 있었고 숨이 가빴다.
"합류부대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현재 크롬홀 서남쪽 약 7리, 하루에 10리 속도로 이동 중입니다. 도로의 장애물을 치우고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길을 넓히고 있다. 본대의 보급 수레를 위한 준비였다. 그리고 합류부대 자체도 예상보다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닷새라는 추정이 틀렸다.
"내일이면 시야에 들어오겠소." 핀이 말했다.
드라가의 손가락이 탁자 위에서 멈췄다.
리나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정찰을 나가겠습니다. 합류부대의 정확한 위치와 본대 전위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28명 정도의 이동 대열입니다. 발각되지 않으면 됩니다." 리나가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단독 정찰은 기사단에서 여러 번 수행했습니다."
말릴 수 없었다. 정확한 정보 없이는 기만 작전의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리나가 말에 올라타고 남쪽 성문을 나갔다. 발굽 소리가 멀어졌다. 성문을 지나갈 때 카르텐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며칠째 같은 자리였는데, 오늘은 팔짱을 풀고 리나가 나가는 쪽을 보고 있었다.
리나가 없는 동안 성벽 준비를 계속했다. 깃발대를 남쪽 성벽에 세우고, 창과 방패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했다. 멀리서 보면 성벽 전체에 병력이 배치된 것처럼 보여야 했다. 핀의 부하들이 성벽 위를 걸으며 교대 순찰을 연습했다.
성문 앞을 지나가니 카르텐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왕군이 온다는 소문이 도는군."
"소문이 아닙니다. 내일이면 합류부대가 보일 겁니다."
카르텐의 눈이 달라졌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용사는 도망가지 않소?"
"도망가지 않습니다."
카르텐이 5초쯤 나를 봤다. 떨리지 않는 척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재미있는 사람이오."
카르텐이 성문 쪽으로 돌아갔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 남쪽 성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리나가 말에서 내렸다. 망토에 풀과 흙이 묻어 있었지만 눈이 살아 있었다.
본부로 갔다. 드라가와 핀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나가 숨을 고르고 보고했다.
"합류부대 28명, 현재 크롬홀 서남쪽 약 5리. 내일 오전이면 시야에 도달합니다." 잠시 멈추고 이어갔다. "합류부대 뒤쪽 약 10리 지점 구릉에서 본대 전위를 확인했습니다. 깃발 세 개 부대, 보급 수레 최소 여섯 대. 수레 규모로 추정하면 200에서 300명입니다."
등이 차가워졌다. 어제 핀의 추정과 같은 숫자였지만, 직접 확인된 것의 무게가 달랐다.
"본대 전위 도착까지?"
"합류부대가 내일이면, 전위는 이틀에서 사흘 후입니다."
이틀에서 사흘. 닷새라던 추정이 반으로 줄었다.
드라가가 지도를 봤다. 핀이 합류부대와 본대의 위치를 짚었다. 크롬홀에서 가까웠다.
"기만 작전, 내일부터 시작이오?" 드라가가 물었다.
"네. 내일 합류부대가 시야에 들어오면, 성벽에 병력이 촘촘하게 배치된 것을 보게 됩니다. 교대 순찰이 30분 간격으로 돌고, 깃발이 성벽 전체에 꽂혀 있고, 용사가 성벽 중앙에 서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우회를 결정하겠소?"
"합류부대는 정찰이 목적입니다. 본대에 보고할 정보를 수집하러 온 겁니다. 하지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말했다.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뭐요?"
"전령입니다. 합류부대 지휘관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야 합니다. 왕실 용사가 이 도시를 지키고 있으며, 공격하면 대가가 크다는 내용으로."
"허세요?" 드라가가 물었다.
"허세입니다. 하지만 전령이 당당하게 서신을 들고 갈 수 있는 건, 진짜 용사가 성벽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벽을 보고, 서신을 읽고,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보고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거기에 왕실 기사 리나 카셀의 이름을 넣어야 합니다." 리나를 봤다. "리나 카셀은 진짜 왕실 기사입니다. 이 부분은 거짓이 아닙니다."
빛이 나오지 않았다. 드라가도, 핀도 그것을 봤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와 거짓을 섞는 것이 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리나가 진짜 왕실 기사라는 사실이, 나머지 허세에 무게를 실어줄 것이었다.
"서신은 내가 쓰겠소." 드라가가 말했다. "자경단장 직인을 찍으면 공식 문서가 되오. 전령은 내일, 정찰대가 성벽을 관찰하기 시작하면 보내겠소."
방을 나왔다. 리나가 옆에서 걸었다.
"내일 성벽 위에 서시면, 제가 옆에 있겠습니다."
내가 싸울 줄 모른다는 걸 이 사람은 알고 있었다. 성벽 위에 서면 첫 번째 표적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못 싸우느냐고, 왜 거기 서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눈을 피하는 버릇이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남쪽 성벽을 올려다봤다. 깃발대가 세워지고 있었고, 자경단원들이 창을 세우고 방패를 흉벽에 걸고 있었다. 내일이면 저 위에 서야 했다. 검 한 자루 못 쓰는 용사가, 떨리는 다리로.
하지만 군대를 이끄는 건 사람이었다. 지휘관이 있고, 지휘관에게는 판단이 있었다. 판단에는 빈틈이 있었다.
한 명만 속이면 된다.
성벽 너머로 남쪽 바람이 불어왔다. 저 너머 어딘가에서 28명이 오고 있었고, 그 뒤로 200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