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정오가 되었다.
아침에 도란초를 끓이고, 천을 적시고, 리나의 옆구리에 올려놓았다. 이제 손에 익은 치료였다. 리나가 숨을 참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를 악물었지만, 지금은 눈을 감고 숨을 내쉬는 정도였다. 여자가 "약이 들고 있는 거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기를 바랐다.
문제는 식량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먹은 것이 없었다. 여자가 죽을 끓여줬지만, 그것도 여자의 식량을 쓰는 것이었다. 은을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곡식을 먹고 있다는 것이 거래가 아니라 시혜였다. 이 여자에게 갚을 것이 없었다.
리나에게 말했다.
"식량을 구해 와야 합니다. 남쪽 골짜기 노인에게 가면 밭에서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리나가 눈을 떴다. 어제보다 혈색이 돌아 있었다. 죽을 먹고, 도란초를 대고, 하루 쉰 효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일어나지 못했다. 숨을 깊이 쉬면 옆구리를 잡았다.
"또 혼자 갑니까?"
"수색대는 어제 지나갔으니까요. 당분간은 괜찮을 겁니다."
리나가 나를 봤다. 반대할 이유를 찾고 있는 눈이었지만, 찾지 못했다. 식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고, 리나가 갈 수는 없었으니까.
"도란초 낮 치료는 이 분이 해주실 겁니다."
여자를 보며 말했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을 적셔서 올려놓으면 되는 거요?" 간단한 일이었다. 물을 끓이고, 도란초를 적시고, 멍 위에 대면 됐다.
겔투스 가방을 메고 나섰다. 가방 안에는 빈 물통과 통행증밖에 없었다. 돈도 없이 뭘 구하러 가는 건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지만, 여기 앉아 있으면 굶는 것이 확실했다.
남쪽 골짜기까지 반나절이 걸렸다. 이틀 전에 걸었던 길이라 올 때보다 빨랐다. 이끼 낀 돌의 위치도 기억했고, 구덩이도 피할 수 있었다. 개울을 따라 내려가니 돌담이 보였다. 움막의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노인이 있었다.
밭에 다가가니 노인이 약초밭에 쪼그려 앉아 작은 칼로 약초의 뿌리를 다듬고 있었다. 내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는데, 놀라지 않은 것이 올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또 왔소."
"네."
"도란초가 더 필요한 거요?"
"식량이 필요합니다."
솔직하게 말했다. 돈이 없다는 것도, 상인이 아니라는 것도. 이 노인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나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빛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정보를 주고 있었을 것이다.
노인이 무릎을 털며 일어서서 나를 봤다. 이틀 전과 같은 시선이었다. 겉모습 너머를 보는 듯한. 하지만 이번에는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돈은 없소?"
"없습니다. 마지막 은을 도란초에 썼으니까요."
노인이 잠시 나를 보다가 움막 쪽으로 걸었다. 따라갔다. 움막 옆에 작은 텃밭이 하나 더 있었다. 약초밭과 분리된 곳에. 감자와 무 같은 것이 자라고 있었다. 먹을 수 있는 작물이었다.
"캐가시오."
"공짜로요?"
"품삯으로 받겠소. 밭을 일구는 것을 도와주면 되오."
일이라면 할 수 있었다. 돈이 없어도 몸은 있었다. 노인이 건네준 삽으로 밭의 잡초를 뽑고, 돌을 골라내고, 약초밭 이랑 사이의 흙을 파 올렸다. 단순한 노동이었다. 칼날의 무게도, 마나의 흐름도, 언약의 규칙도 없는, 그냥 흙을 파는 일이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순수한 육체노동이었다.
노인이 옆에서 약초를 정리하며 말했다.
"동행은 괜찮소?"
"도란초가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숨 참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사흘이면 뼈가 붙기 시작하오. 하지만 움직이는 건 열흘 뒤요."
"알고 있습니다."
"열흘 동안 여기서 뭘 할 거요?"
질문이 날카로웠다. 열흘. 통행증이 만료되고, 식량이 바닥나고, 수색대가 다시 올 수도 있는 시간.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먹고사는 것부터."
솔직한 대답이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한 것인지 인정한 것인지 표정에서 읽히지 않았다.
한참을 일했다. 해가 높아졌다가 기울기 시작했다. 삽질을 하면서 손에 물집이 잡혔다. 이틀 전 걸어서 발에 잡힌 물집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손이었다. 이 세계에서 물집만 쌓아가고 있었다.
노인이 나무 컵에 담긴 맑은 물을 건네줬다. 개울에서 퍼온 것이었을 것이다. 물을 마시면서 밭 가장자리에 앉자 노인도 옆에 앉았다.
침묵이 흘렀다. 바람이 불어서 약초밭의 풀들이 흔들렸다. 여기는 전쟁과 떨어진 곳이었다. 마왕성이 남쪽 하늘에 보이는데도, 이 골짜기에는 평화가 있었다. 노인이 수십 년을 여기서 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약재 장사라 했소."
노인이 말했다. 갑자기.
"그랬습니다."
"거짓말이었소."
부정할 수 없는 단정이었다. 이 노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빛이 나오지 않았소."
심장이 한 박자 멈추는 것을 느꼈다. 이 노인은 역시 마나를 볼 수 있었다. 리나가 말한 대로였다. 그리고 빛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이 세계 사람이 아니오."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이 사람 앞에서 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노인이 멀리를 봤다. 남쪽 하늘. 마왕성의 윤곽이 흐릿하게 보이는 방향이었다.
"오래간만이오."
말이 이상했다. 이전에도 이세계인을 만난 적이 있다는 뜻이었다. 300년 주기로 소환되는 용사. 이 노인의 나이로는 300년 전의 용사를 만났을 리가 없었지만, 기록은 있었을 수 있었다. 아니면, 이 노인이 보통의 노인이 아니거나.
크롬홀 성벽의 마법진. 유적 벽면의 기록. "탑의 관리자 노르도."
물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감이 있었다. 이 노인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았다. 보험을 팔 때 배운 것이 있다면,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핵심을 꺼내면 문이 닫힌다는 것이었다. 지금 노인은 문을 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닫히게 해서는 안 됐다.
"감자를 좀 더 캐도 되겠습니까?"
노인이 나를 봤다. 무언가를 예상했는데 다른 말이 나온 것처럼, 눈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노인이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코웃음에 가까웠지만, 나쁜 뜻은 아니었다.
"캐가시오. 무도 가져가시오."
감자와 무를 캐서 겔투스 가방에 넣으니 가방이 묵직해졌다. 올 때 빈 가방이 돌아갈 때는 무거웠다. 이틀 전과 같았다. 이틀 전에는 도란초를, 오늘은 감자를.
돌아서려다 멈췄다.
"고맙습니다."
이틀 전에도 같은 말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무게는 달랐다. 도란초를 살 때는 은을 냈다. 거래였다. 오늘은 품삯이라고 했지만, 반나절 밭일이 감자와 무의 값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심해서 돌아가시오."
이틀 전과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목소리에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개울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가방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다. 감자가 있었고, 무가 있었고, 리나에게 돌아가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행복이었다.
걸으면서 노인의 말을 되뇌었다. "오래간만이오." 이 노인은 이세계인을 알고 있었다. 마나를 읽을 수 있었고, 빛이 나오지 않는 것의 의미를 알았고, "오래간만"이라고 했다. 크롬홀의 마법진에 새겨진 이름과, 유적에 기록된 탑의 관리자. 그 사람이 이 노인이라면, 80년 넘게 산속에 숨어 살면서, 탑과 순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급하게 굴면 안 됐다. 이 노인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감자를 캐러 다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농가에 돌아오니 해가 기울어 있었고, 리나가 깨어 있었다. 여자가 낮에 도란초를 대준 것이 보였는데, 리나의 옆구리에 젖은 천이 올려져 있었다.
감자와 무를 꺼내 보여주자 여자가 받아서 화덕에 올렸다. 오늘 저녁은 감자가 들어간 죽이었는데, 어제보다 걸쭉하고 든든했다.
리나가 죽을 먹으며 물었다.
"노인을 또 만났습니까?"
"네. 밭일을 도와주고 식량을 받아 왔습니다."
"뭔가 더 알게 된 겁니까?"
리나의 눈이 날카로웠다. 노인이 단순한 약초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세계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리나의 숟가락이 잠시 멈췄다.
"어떻게요?"
"빛이 나오지 않는 걸 봤습니다. 마나를 읽으니까."
침묵이 흘렀다. 리나가 죽을 한 숟가락 더 먹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해치려 했으면 처음에 도란초를 팔지 않았을 겁니다."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전에 한 말과 같았다. "그 사람이 누구든, 도란초를 줬고, 해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마디를 더했다.
"조심하세요."
"네."
짧은 대화였지만 충분했다.
도란초를 끓여 세 번째 치료를 했다. 저녁분이었다. 리나의 멍이 이틀 전보다 확실히 변해 있었다. 중심의 보라색이 옅어지고, 가장자리의 노란색이 넓어져 있었다. 여자가 말한 대로 피가 빠지고 있었다. 약이 듣고 있는 것이었다.
밤이 되었다. 화덕에 불을 넣고, 리나 옆에 앉았다. 세 번째 밤이었다. 첫 번째 밤은 공포와 자책이었고, 두 번째 밤은 진심 앞의 침묵이었다면, 세 번째 밤은 조금 일상에 가까웠다. 감자죽을 먹고, 도란초를 대고, 불을 쬐며 앉아 있는 것이. 전쟁 한가운데서 찾아낸 일상이었다.
내일도 노인에게 갈 것이다. 밭을 일구고, 감자를 캐고, 조금씩 문이 열리기를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