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인데 입만 살았습니다
28화

문을 열자 갑옷이 보였다.


세 명이었다. 검은 갑옷에 투구를 쓴 병사 둘과, 투구를 벗고 손에 들고 있는 하나. 투구를 벗은 쪽이 앞에 서 있었는데, 삼십 중반에 턱이 넓고 눈이 좁은 대장이었다. 목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전투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나를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겔투스 가방, 찢어진 바지, 까진 무릎. 위협으로 보일 만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누구요?"


대장이 물었다. 경계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톤이었다.


"약재 상인입니다. 델포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동행이 다쳐서 쉬고 있습니다."


심장은 빨랐지만 혀는 움직였다. 이 사람들은 벨카가 아니었다.


"통행증."


손을 내밀었다. 겔투스 가방에서 통행증을 꺼냈다. 로하르의 인장이 찍힌 통행증. 위조가 아니라 정식이었다.


대장이 통행증을 받아 살폈다. 인장과 날짜를 확인하고, 발급자 이름을 봤다.


"로하르 보급관 인장이군. 어디서 발급받았소?"


"델포 북쪽 검문소입니다."


"약재 상인이라 했소?"


"네. 크롬홀에서 약재를 사서 남쪽으로 팔고 있습니다."


대장이 통행증을 되돌려줬다. 대장의 경계가 한 단계 낮아진 것이 보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안을 확인해야 하오."


몸을 비켜 문을 열어줬다.


대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병사 하나가 따라왔고, 나머지 하나는 밖에 남았다.


농가 안이 좁았다. 화덕, 선반, 바닥에 깔린 담요. 리나가 담요 위에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잠든 척인지 진짜 잠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검은 담요 아래에 있었고, 갑옷은 구석에 천으로 덮여 있었다. 여자가 화덕 옆에 앉아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대장은 못 봤을 것이었다.


대장의 시선이 방 안을 돌았다. 화덕. 선반 위의 약초 묶음. 바닥의 리나. 구석의 천 뭉치.


구석에서 시선이 멈췄다. 천으로 덮었지만 아래에 금속의 윤곽이 비치는 것이 갑옷을 완전히 가리지 못한 것이었다.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저건 뭐요?"


대장이 구석을 가리켰다. 목소리가 날카로워지지는 않았지만,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호위검객의 장비입니다."


먼저 말했다.


"동행이 호위검객입니다. 산길에서 산적에게 당했는데, 갈비가 부러져서 움직이지 못합니다. 갑옷을 벗겨서 치료 중이고요."


대장이 나를 보고, 리나를 보았다. 리나의 얼굴은 담요 위로 드러나 있었다. 하얀 얼굴, 닫힌 눈, 얕은 호흡.


"호위검객이라. 여자요?"


"네. 검 좀 쓰는 사람입니다."


대장이 구석으로 다가갔다. 천을 들추었다. 갑옷이 드러났다. 리나의 갑옷. 왕실 문양이 없는 쪽이 위로 와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리나가 갑옷을 치울 때 뒤집어 놓은 것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대장이 갑옷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용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 산속에서 갑옷을 입은 호위검객은 드물지 않았다. 통행증의 직업란에도 '호위검객'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대장이 돌아서며 담요 위의 리나를 다시 봤다. 시선이 길었다.


"산적이라 했소?"


"네. 사흘 전에 산길에서."


"이 근처에는 산적이 없소."


심장이 빨라졌다. 하지만 목소리를 유지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났습니다. 산을 넘기 전이었습니다."


"북쪽이면 크롬홀 쪽이겠군."


"그 부근입니다."


대장이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담요 아래에 리나의 검이 있었다. 담요를 들추면 끝이었다.


"이 여자, 언제부터 여기 있었소?"


대장이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떨림을 숨기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나왔다.


"어제... 어제 저녁에 왔소. 다친 사람을 데리고."


"그 전에는?"


"남편이랑 둘이 살고 있었소. 남편은 산에 갔소."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이 밖으로 나가려다 멈췄다. 한 가지 더 물어야 할 것이 있다는 듯이.


"혹시 이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을 보았소? 기사 차림이거나, 무장한 사람."


기사. 리나를 찾고 있는 것인지, 일반적인 수색인지 판단이 안 됐다. 하지만 대답은 같았다.


"산적 말고는 못 봤습니다. 여기 온 뒤로는 농가에서 나가지 않았고요."


빛은 나오지 않았다. 대장이 나를 봤지만 빛이 없었다.


"알겠소. 통행증 기한이 얼마 안 남았으니 주의하시오."


대장이 돌아서며 밖으로 나가며 병사에게 뭔가를 말했지만, 목소리가 낮아서 들리지 않았다. 세 사람이 농가 앞 길로 돌아갔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갑옷의 금속 소리가 작아지고, 숲 쪽으로 사라졌다.


문을 닫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심장이 아직 빨랐지만, 말은 나왔고 통했다.



리나가 눈을 떴다. 전부 듣고 있었던 것이다. 잠든 것이 아니라 잠든 척이었다.


"대단하군요."


"대단한 게 아닙니다. 통행증이 진짜니까요."


"통행증이 진짜인 것도 용사님이 만들어낸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여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의 떨림이 멈추고 있었다.


"갔소?"


"갔습니다."


"다시 올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 올 겁니다."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수색대가 같은 농가를 두 번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었다.


리나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통행증 기한이 얼마 남았습니까?"


"사흘 정도."


"도란초는 사흘이면 뼈가 붙기 시작한다고 했죠."


"열흘은 움직이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일주일의 공백이었다.


"통행증은 다시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요? 로하르 보급관한테 다시 갑니까?"


"방법을 찾아야죠."


리나가 나를 봤다. 표정이 복잡했다. 걱정과 인정이 섞여 있는.


리나가 눈을 감았다.


화덕에 불을 살려 도란초를 다시 끓였다. 하루 세 번 중 첫 번째인 아침 치료였다. 천을 적셔서 리나의 옆구리에 올려놓았다. 리나가 숨을 참았다가 내쉬었다. 어제보다 참는 시간이 짧았다.


밖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해가 뜨고 있었다. 수색대는 갔고, 도란초는 있었고, 리나는 살아 있었다. 아직 돈도 없고 식량도 없었지만, 오늘 하루는 넘겼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면 된다.